프랑스 정부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참석하에 각료세미나로 지난 3개월간 국가정체성 토론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으나 총리 주관으로 상징적인 조치를 발표하는 것으로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8일 국가정체성에 대한 각료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학교에 국기를 게양하고 학생들은 1년에 최소한 한 차례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고 교실에 프랑스혁명 당시 인권선언문을 붙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도 프랑스 국기를 달지 않은 학교가 거의 없고 많은 학생이 이런저런 계기로 프랑스 국가를 한 번씩은 부르고 있어 이번 조치가 실질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언론들은 국내의 비판 여론과 낮은 호응도 등을 감안해 토론을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는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용 총리는 애초 국가정체성의 화두를 던지고 토론회에 발동을 건 사르코지 대통령의 침묵과 관련해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4월경 자신의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체성 토론회를 주관한 에리크 베송 이민부 장관은 1일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토론회가 건설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토론회가 스위스의 이슬람 사원첨탑 건설 금지 같은 외부적 사건에 의해 오염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8일 총리 주관 각료세미나에서 베송 장관은 몇몇 동료 각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알제리계인 파델라 아마라 주택담당 부장관은 “베송 장관은 프랑스에서 이민이 기여한 공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 메르 농업부 장관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국민통합이란 관점에서 국민을 분열시킨 토론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해 베송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프랑스 야당은 그동안 국가정체성 토론에 대해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높은 실업률 등 당면한 어려움을 회피하려는 정략이라고 비난해 왔으며 유럽 최대 규모인 프랑스 내 이슬람 사회는 토론회가 프랑스의 반이슬람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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