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눈폭탄… 미국인들 ‘스노셜리즘’ 빛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美 기상청 ‘폭설 속 영광’
정확한 강설량 예측으로 재난방지 기여 ‘최대 승자’로

슈퍼볼 최고시청률 기록 CBS
긴급제설 ‘공동체정신’도 승자
나흘간 문닫은 워싱턴 연방정부
정전사태 빚은 펩코 ‘패자’ 불명예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미국 동부 일대에 몰아닥친 사상 초유의 폭설 사태의 최대 승자(winner)로 기상청을 꼽았다. 기상청은 지난주 첫 번째 폭설의 시작과 종료 시점, 강설량을 정확히 맞혔고, 이번 주 두 번째 폭설 때는 “1차 대설 때보다 강설량은 적지만 강풍을 동반할 것”이라고 또다시 정확하게 예보해 사고를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

WP는 “최신 컴퓨터 장비와 위성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 분석이 기상청의 성가를 높였다”며 “기상예보관들의 엉터리 예보를 주제로 한 오랜 농담들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고 평가했다.

7일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을 독점 중계한 CBS 방송도 승자의 반열에 들었다. 대설이 주민들을 집안에 고립시켜 1억650만 명의 시청자를 슈퍼볼 중계 화면 앞에 앉혀 미국 TV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한몫했다는 것.

고교 3년생들도 또 다른 승자로 꼽혔다. 이번 폭설로 무려 닷새 이상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다른 학년들처럼 보충수업을 위해 방학을 까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 왜냐하면 졸업 날짜는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WP는 주민들이 눈에 빠진 차를 함께 밀어주는 ‘공동체 정신’도 이번 폭설 사태의 승자라고 평가했다. 특히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애넌데일에서 한 임신부의 출산이 임박하자 이웃주민 6, 7명이 바깥으로 뛰쳐나와 수백 m에 이르는 진입로의 눈을 치워 병원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한 일을 공동체 정신의 사례로 소개했다.

물론 이번 폭설사태의 패자도 있다. 정치인, 교통당국, 지하철, 전력회사 펩코, 위성TV 가입자 등이다. 워싱턴 연방정부는 나흘째 폐쇄돼 행정 생산성 낭비 규모가 4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상 구간에 눈이 쌓여 멈춰 버린 지하철과 가장 많은 가입자의 정전사태를 야기한 전력회사 펩코가 패자로 분류됐다. 위성TV 안테나를 설치한 가입자들도 지붕의 안테나 접시가 눈에 파묻혀 화면 수신을 제대로 못해 사다리를 대고 지붕에 올라가 눈을 치워야 하는 곤경에 처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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