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에번 바이 상원의원(54·인디애나·사진)이 15일(현지 시간) 지역구인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이 의원은 두 차례나 인디애나 주지사로 일한 뒤 1998년 연방 상원의원에 진출했다. 이어 2004년 재선에 성공했으며 민주당 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하게 꼽혔던 인물이다. 그는 공화당 출마 예상 후보와는 20%포인트 차가 날 정도로 지지도가 높아 3선 가도도 순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바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공직에 봉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이제 의회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 의원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위원회 구성안과 고용창출 법안이 잇따라 부결된 것을 예로 들며 의회정치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상이 걸렸다. 바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의회정치에 염증을 느낀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 민주당 지지도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고공 행진하는 실업률과 유례없는 대규모 재정적자 등으로 민주당 지지도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미 5선의 크리스토퍼 도드 의원(코네티컷)과 3선의 바이런 도건 의원(노스다코타)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 지역구인 일리노이에서 상원의원으로 지명된 롤런드 버리스 의원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임인 테드 카우프먼 의원(델라웨어)도 11월 중간선거에 불출마를 결정한 상태다. 바이 의원이 불출마 행렬에 가담함에 따라 민주당은 상원 5석을 방어해야 하는 처지다.
미 의회 선거판세 예측기관인 ‘쿡(Cook) 폴리티컬 리포트’는 현재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58석의 상원 의석 가운데 10개 지역구를 공화당과의 치열한 경합지역으로 보고 있다. 경합지역에서 공화당이 승리하고 여기다 바이 의원의 지역구인 인디애나도 공화당이 차지할 경우엔 공화당의 상원 의석은 51석이 돼 의회 다수당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기관은 분석했다. 미 연방 하원에서도 의원들의 중간선거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 13명이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했고 공화당에서도 6명이 연말까지 정계 은퇴를 선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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