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 진행자이자 동성애 운동가인 레이 고슬링 씨(71·사진)가 몇 년 전 에이즈로 고통을 겪던 연인을 병원에서 질식사시킨 사실을 고백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6일 전했다.
고슬링 씨는 15일 BBC의 ‘이스트 미들랜즈 인사이드 아웃 쇼’에서 “의사가 에이즈에 걸린 젊은 연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고 해서 베개로 그를 숨 막혀 죽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는 의사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한 뒤 베개를 들어 그가 죽을 때까지 지그시 눌렀다”고 덧붙였다.
또 “남자 친구가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되면 죽음을 돕겠다고 약속했다”며 “나는 옳은 일을 했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슬링 씨는 수년이 지난 지금 왜 이 일을 밝히느냐는 질문에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다음 달 새로운 안락사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이날 방송으로 BBC는 이른바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의사나 타인의 도움을 받는 자살)에 대한 법 완화를 지지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61년 제정된 자살법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타인의 죽음을 돕거나 교사하는 행위에 최고 14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영국인 100명 이상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실상 자살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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