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수의속 남성 첫 발견… 진위 여부 공방 계속돼
4월10일부터 44일간 공개… 관람예약 벌써 100만 넘어
정말 예수의 주검을 쌌던 수의일까, 아니면 중세시대 누군가의 정교한 위조품일까. 가톨릭계 최대 논쟁거리인 유물 ‘토리노 수의’를 찍은 사진의 음화(陰畵). 긴 머리에 구레나룻과 턱수염을 기른 남성의 전신이 뚜렷이 드러나 보인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토리노 수의(壽衣)’만큼 가톨릭계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유물도 드물다. 가로 1.1m, 세로 4.4m의 이 아마포 수의에는 십자가형에 처해진, 구레나룻과 턱수염을 기른 남성의 전신이 숨어 있다. 이 전신은 1898년 이탈리아 아마추어 사진작가 세콘도 피아가 찍은 수의의 사진 음화(陰畵)에서 처음 드러났다. 신약성경이 예수의 죽음을 묘사한 것처럼 가시면류관을 쓴 머리 부분, 로마 병사의 창에 찔린 옆구리 부분 등에서 혈흔도 나왔다.
토리노 수의가 드러낸 이 남성이 예수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맞은 예수 그리스도의 주검을 감쌌던 바로 그 수의라고 믿는 측과 중세에 만들어진 정교한 위조품이라고 믿는 측의 공방만 수십 년간 이어져 오고 있을 뿐이다. 이 문제적 수의가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에 따라 다시 한 번 진위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AP통신은 18일 전했다.
토리노 수의가 보관된 이탈리아 토리노 성당 수의위원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4월 10일부터 5월 23일까지 44일간 수의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토리노 성당 내부에 항온·항습 장치가 된 방탄유리상자 속 수의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1인당 길어야 5분. 이미 100만 명 이상이 온라인(www.sindone.org)을 통해 관람 예약을 한 데다 모두 200만∼300만 명이 올 것으로 보여 관람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람객들이 이 수의를 ‘예수의 성스러운 계시’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중세 위조기술을 재확인한다고 생각할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1988년 과학자들은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방법으로 이 수의가 1260∼1390년에 제작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측정에 사용된 수의 조각이 중세시대에 기운 부분’이라거나 ‘측정에 쓰인 샘플이 박테리아에 오염됐다’는 등 측정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박이 잇달았다. ‘수의를 짠 방식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1세기 당시 수의 제작 방식과 다르다’는 재반박과 ‘수의에서 나사렛 예수라는 글씨를 판독했다’는 재재반박도 나왔다.
진위 공방이 가톨릭 대 비(非)가톨릭의 대립 양상을 띠는 것만도 아니다. ‘나사렛 예수’ 글자 판독 주장은 가톨릭계 내부에서도 “댄 브라운(‘다빈치 코드’의 저자)의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히려 관심은 5월 2일 토리노 성당을 방문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 수의에 대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미국 가톨릭 전문 주간지 ‘가톨릭 샌프란시스코’ 온라인판은 전했다. 로마 교황청은 토리노 수의의 진위와 관련해 어떤 공식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전설로만 전해졌던 토리노 수의는 1357년 프랑스 기사(騎士) 조프루아 드 샤르니의 부인이 프랑스의 한 교회에 전시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전통적으로 25년마다 공개되다가 2000년 새 밀레니엄을 맞아 특별히 직전 공개 후 2년 만에 일반인 관람이 허용됐고, 올해는 토리노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10년 만에 공개되는 것이다. 수의의 소유권은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가 소유하다 1983년 교황청에 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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