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사장(사진)의 미국 의회 청문회 불참 선언이 과연 도요타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17일 일본 내에서는 불참 결정의 배경 및 여파와 관련해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도요타차에 집중포화가 쏟아질 게 뻔한 상황에서 일단은 뭇매를 피하는 게 현명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오히려 회피하는 인상만 줘 미 의회에 공격의 빌미만 주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일본 언론들은 당초 청문회 참석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도요다 사장이 갑자기 신중한 자세로 방침을 바꾼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8일 보도에서 이번 결정을 미 의회의 집중공격을 일단 피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힘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미 청문회에서는 도요타차가 자동차의 결함을 일찌감치 알았음에도 의도적으로 대응을 지연시켰는지와 급가속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전자제어장치(ETC)의 결함 여부와 같은 까다로운 질문이 쏟아질 예정이다. 온갖 집중추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칫 도요타차의 최고 수장인 사장이 섣불리 나섰다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오히려 차에 대한 이미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럴 바에야 미국 정계와 파이프라인이 좋고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 이나바 요시미(稻葉良睍) 도요타 북미지역 사장이 참석해 안정적인 답변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미 의회는 도요다 사장의 청문회 불출석 발표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비판의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다. 청문회를 소집한 하원의 감시·정부개혁위는 “미국 국민 앞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불참하겠다는 것은 어떻게든 청문회를 피하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일본 내에서도 도요다 사장의 불참이 ‘제2의 브리지스톤 사태’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대표적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은 2001년 이 회사의 타이어를 장착한 미 포드자동차의 사고와 관련해 열린 미 청문회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가 문제를 더 키웠다. 포드차는 처음부터 당시 최고 경영책임자를 출석시켜 미 의원들에게 자동차에는 문제가 없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한 반면 브리지스톤은 현지 사정에 밝다는 이유로 현지법인 대표를 내세워 대응하다가 수세에 몰려 결국 일본의 본사 사장이 퇴임하게 됐다.
한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초 25일 열릴 예정이던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의 청문회가 23일로 당겨지면서 도요타차 청문회는 이날과 24일 각각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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