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하는 첩보영화 ‘오션스 14’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두바이 호텔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은 ‘오션스 11, 12, 13’을 능가한다.”(영국의 더타임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 간부 암살사건은 드라마 ‘아이리스’처럼 고도의 조직화된 암살단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아일랜드는 자국민의 명의가 암살단 여권 위조에 도용됐다며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경찰이 최근 공개한 공항과 호텔 CCTV엔 암살단의 행적이 고스란히 포착돼 있다. 지난달 19일 오후 3시 20분 하마스 핵심 간부 마흐무드 알마브후흐(50)가 가자지구에 무기를 밀반입하기 위해 거래상을 접촉하려고 두바이공항에 도착했다. 영국인 6명, 아일랜드인 3명, 프랑스인, 독일인 각 1명(여권 기준) 등 11명으로 구성된 암살단은 알마브후흐의 입국에 앞서 이날 정오부터 유럽 각국에서 차례로 입국했다. 암살단 중 공항 대기조는 알마브후흐가 공항을 나서자 곧바로 미행을 시작했다.
그가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알부스탄 로타나 호텔에 체크인한 후 객실로 가기 위해 승강기를 타자 암살단 중 호텔 정찰조 2명이 테니스복 차림으로 같은 승강기에 타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객실이 230호임을 확인한 암살단은 맞은편 객실 237호를 예약했고 알마브후흐가 이날 오후 4시 23분 잠시 호텔을 떠나자 암살 실행조 4명이 237호로 들어갔다. 오후 8시 24분 알마브후흐가 외출을 마치고 객실로 돌아오자 암살단은 그를 살해한 뒤 오후 8시 46분 호텔을 떠났다. 20여 분 사이에 범행을 마치고 호텔을 떠난 암살단은 오후 10시 반부터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홍콩 등으로 잇따라 출국했다. 알마브후흐는 다음 날 오후 1시 반 호텔 직원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그는 전기충격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P통신은 18일 알마브후흐가 과거에도 이스라엘에 의해 3차례나 암살 위기에 처했었다고 전했다. 1987년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 카삼 여단의 창립 멤버였던 그는 1989년 휴가 중인 이스라엘 장병 2명을 살해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20년 넘게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표적’이 돼 왔다.
다히 칼판 타밈 두바이 경찰청장은 “살해 방식이 모사드가 과거 사용했던 것과 유사하다”며 “모사드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99%”라고 단언했다고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이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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