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올린 것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이 “금리인상에 대비하라”고 예고한 대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었던 시중 유동성을 서서히 거둬들이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008년 여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이 재할인율 인상을 통해 출구전략 채비를 갖춤에 따라 앞으로 주요국의 출구전략이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융시장에서는 미 국채수익률이 올라가고 달러가치가 상승하는 등 재할인율 인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번 조치는 버냉키 의장이 재할인율 인상 시사 발언을 한 뒤 불과 8일 만에 발표된 것이어서 시장에서는 출구전략 가동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FRB가 재할인율에 손을 댄 것은 금융시장 안정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뜻으로 출구전략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버냉키 의장은 10일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방향에서 “아직도 확정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향후 어느 시점에서는 정책 목표금리 인상과 시중유동성 감축 등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 단계로 시중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로는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0.25%) 인상과 일정 기간 경과 후에 다시 국공채를 매입해주는 역환매조건부채권매매 및 연방기금 금리인상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재할인율 인상폭이 0.25%에 그치고 실세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어서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도 인상될 경우 출구전략 본격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2008년 6월 이후 묶여 있던 지급준비율을 올 들어 두 차례나 올려 시중유동성을 본격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한국도 부분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싼 금리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총액대출한도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시중에 공급했던 외화자금 266억2000만 달러를 전액 회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3조3000억 원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펀드도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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