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춘제(春節·중국 설) 폭죽놀이로 또다시 큰 피해가 발생했다. 18일 오후 8시 20분경 허베이(河北) 성 정딩(正定) 현에서 폭죽을 터뜨리다 1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정딩 고성이 훼손됐다고 중국 언론이 19일 전했다. 유서 깊은 이 고성은 성(省)급 보호유적으로 북주(北周·557∼581년) 때 처음 세워졌다. 특히 14세기 명(明)나라 초기 재건된 뒤 2001년 중건된 2층짜리 성루는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해 2월 춘제 때도 베이징의 랜드마크 건물로 꼽혀온 높이 159m의 30층짜리 중국중앙(CC)TV 신사옥 부속빌딩이 폭죽으로 불에 타 현재까지 흉물로 남아있다.
올해도 폭죽으로 인한 피해가 잇달았다. 중국 공안부는 12∼19일 일주일 동안 폭죽으로 중국 전역에서 743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1585명이 다쳤으며 7억6000만 위안(약 1300억 원)의 재산피해도 냈다. 일부 언론은 이 기간에 폭죽으로 인한 사망자도 35명이 이른다고 전했다.
이런 피해에도 중국인의 폭죽 사랑은 유별나다. 액운을 몰아낸다는 믿음에 섣달 그믐날(13일)부터 정월 15일(28일)까지 폭죽을 터뜨린다. 그믐날 등 특정일은 시가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폭죽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화약 냄새가 진동한다. 그동안 몇 차례 금지됐으나 그때마다 원성이 자자해 다시 부활됐다.
폭죽은 싸게는 6마오(약 100원)에서 비싼 것은 2000위안(약 34만 원)짜리까지 다양하다. 중국인은 춘제 때 적게는 수백 위안에서 많게는 수십만 위안어치를 터뜨린다. 베이징 왕징(望京)의 한 폭죽 판매상은 “한 할머니가 가족과 함께 구매한 13만 위안(약 2210만 원)어치가 올해의 최고 판매량”이라고 전했다. 이 판매상은 1만 위안(약 170만 원) 이상 구매자는 쉽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졸 초임이 3000위안을 밑돌지만 돈을 아끼지 않고 폭죽을 구입하는 것이다. 베이징 전역에만 폭죽 판매처가 2000여 곳에 이른다. 올해 그믐날부터 춘제 새벽까지 베이징 시에서 터진 폭죽 쓰레기는 80만 t으로 지난해보다 11만 t이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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