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질의엔 ‘모르쇠’ 일관
“전자제어장치 문제 없다” 주장
日 본사 사장은 “안전 소홀” 사과
급가속 경험 증인 울면서 진술
“도요타도 美정부도 다 잘못”
NYT “도요타-의회 밀월관계”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의 도요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 의원들에게서 대량 리콜 사태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집중 추궁당하며 거듭 사과했다. 앞서 23일 열린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짐 렌츠 미국 도요타자동차판매 사장은 “세계에서 800만 대의 차량을 리콜했지만 회사가 급발진 문제를 해결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이날 청문회가 열린 미 의회 의사당에는 미국과 일본의 취재기자와 함께 방청객들이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의원들은 도요다 사장과 렌츠 사장,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 추궁했지만 급발진 원인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 도요다 사장, ‘죄송’…렌츠 사장은 ‘난 몰라’
24일 청문회에 나온 도요다 사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회사가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하면서 안전 제일주의를 소홀히 했다”며 “도요타차 운전자들에게 무척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도요타의 전통적인 우선순위는 첫 번째가 안전, 두 번째는 품질, 세 번째는 외형이었다”며 “하지만 우선순위가 혼선을 빚으면서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상당히 약화됐다”고 말했다.
23일 청문회에 나온 렌츠 사장은 도요타의 늑장 대응을 사과하고 안전조치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의원들의 구체적인 질의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자동차의 본산지인 미시간 주의 존 딩겔 의원(민주)이 렌츠 사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딩겔 의원이 “급발진 사고 소식을 처음 들은 때가 언제냐”고 묻자 렌츠 사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딩겔 의원이 “급발진 문제 때문에 도요타가 처음 미국 시장에서 리콜한 때가 언제냐”고 다그치자 렌츠 사장은 “잘 알지 못한다”고만 대답했다. 렌츠 사장은 2001년 이후 급발진과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불만 건수와 미 당국에 전달한 불만 건수를 묻는 딩겔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역시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렌츠 사장은 문제가 된 바닥매트와 페달을 교체하는 것이 급발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헨리 왁스먼 의원(캘리포니아·민주)의 질의에 “완전히 해소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고객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면서 계속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렌츠 사장은 미 감독당국과 운전자 및 일본 본사 경영진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 렉서스 급발진 증인 눈물의 진술
23일 청문회에선 2006년에 렉서스ES 350을 운전하다 급가속을 경험한 론다 스미스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 여성은 “테네시 주의 고속도로에서 렉서스를 몰고 가던 중 차가 갑자기 이상 속도로 6마일(약 10km)이나 달렸다. 비상 브레이크를 작동해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다시 후진으로 바꾼 뒤에야 가까스로 차를 멈출 수 있었다”며 당시 악몽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면서 증언했다. 스미스 씨 부부는 당시 사고 경험을 기자와 도요타 회사 및 정부 당국자에게 알렸지만 회사 측에선 “엔진에 아무 문제가 없다”라며 일축했고 미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당국자는 “바닥매트 결함 때문”이라고만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스미스 씨는 청문회에서 “탐욕스러운 도요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감독당국도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 전자제어장치 결함 여부 놓고 논란
급가속 원인이 가속페달이나 바닥매트 문제가 아니라 전자제어장치 결함이 아니냐는 논란이 청문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왁스먼 의원은 “회사 측은 전자제어장치 결함이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의문스럽다”며 “도요타는 고객을 실망시켰으며 정부도 책임을 등한시했다”고 비판했다. 바트 스투팩 감독조사소위원장도 “도요타가 전자제어장치를 완벽하게 조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미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의원(매사추세츠)은 “급가속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렌츠 사장은 “전자제어장치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러후드 교통장관은 “급가속이 전자제어장치 문제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가능성도 포함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요타 미 의회에 지속적 로비
뉴욕타임스는 23일 도요타 청문회가 의회와 도요타사 간의 깊고 오랜 재정적인 관계로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워싱턴에 31명의 로비스트를 두고 있으며 최근 5년간 250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도요타의 로비스트 가운데 미국 의회 관계자 8명과 전직 NHTSA 직원도 포함돼 있으며 12명 이상의 의원이 도요타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달 2일에는 상원 상업·과학·운수위원회에서 도요타 청문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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