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티베트인 원하지 않으면 ‘지도자 세습’ 폐지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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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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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 관련 입장 밝혀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사진)가 환생을 통해 티베트 불교의 달라이 라마 자리를 세습하는 전생활불(轉生活佛) 제도를 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24일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는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에 출연해 “많은 티베트인이 달라이 라마 계승제도를 적합하지 않다고 여긴다면 이는 사라져야 한다”며 “(사라지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그의 환생자를 찾아 새롭게 달라이 라마로 지명하는 전통을 14세기 이래 약 700년 동안 유지해 왔다. 현재 달라이 라마는 14대째 환생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이 같은 뜻을 내비친 이유는 복잡하다. 달라이 라마는 2008년 담석 수술을 받은 것만 빼고는 건강하지만 75세로 고령이다. 후계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망명 정부 내에서 후계자가 지명될 가능성이 적고, 후계자가 실질적인 지도자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정부에 있다. 중국 정부는 2007년 달라이 라마가 되려면 반드시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또 이에 앞서 1995년 달라이 라마에 이은 티베트 불교의 2인자로 역시 환생을 통해 계승되는 판첸 라마의 환생자 지명을 두고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달라이 라마는 1989년 입적한 10대 판첸 라마의 환생자로 치에키 니마를 지정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당시 6세이던 기알첸 노르부를 환생자로 옹립한 것. 치에키 니마와 그의 가족은 현재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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