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사회-토론’ 1인 2역… 강의실 교수처럼 토론회 주도
공화의원 발언 교묘하게 제한한 후 “6주내 결론” 최후통첩
오바마 “선거 끝났다”-매케인 “내 말 좀 끝내자” 신경전 눈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회를 보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토론자로 참석한 건강보험개혁법안 토론회(Healthcare Summit)가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맞은편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렸다. CNN과 MSNBC C-SPAN 등 뉴스전문채널은 장장 7시간에 걸친 토론회를 생중계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먹을 것 없는 ‘잔치’로 끝났다. 7시간 ‘끝장 토론’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지 못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향후 6주일 동안 절충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공화당이 지지하든 않든 민주당은 이제 법안 통과를 위해 전진할 것”이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사회자에 토론까지 하는 1인 2역을 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옆 자리에 앉았고 양당 원내대표, 건강보험개혁법안과 관련된 상임위원회의 의원 등 모두 40여 명이 참석했다. 사각형 테이블에 토론자들이 둘러앉았으며 대통령이 중간에 앉아 주재했다. 주도권은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쥐었다. 대통령이 누가 발언할지 직접 지목했고 발언시간이 길면 중간에 잘랐다. 토론 중간 중간마다 소결론을 내는 것도 대통령 몫이었다. 마치 대학 강의실의 교수처럼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며 토론회를 주도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공화당의 발언 시간은 24분인데 민주당은 52분이나 된다”고 지적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冒頭) 발언에 불균형이 있었다. 나는 대통령이니까…”라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크를 통제하고 시간도 조절하면서 공화당 의원들 발언시간을 능수능란하게 제한했고 결국엔 자기 의견을 마지막 결론으로 내렸다”며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초반에는 정치공세가 이어졌다. 공화당 측 기조발언에 나선 라마 알렉산더 의원은 민주당의 건보개혁법안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민주당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정’ 방식의 법안처리(예산안 처리처럼 과반수만 얻으면 가결되는 방식) 강행 가능성을 놓고 “그런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이 토론회는 있으나마나 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펠로시 하원의장은 “사안이 급한데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고,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도 “공화당은 1981년 이후 21차례나 조정방식으로 법안을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전에는 양측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점심식사 후 재개된 토론회에서는 건보개혁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토론을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격돌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는 미묘한 말싸움도 있었다. 매케인 의원이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의 정치문화를 바꾸자던 약속을 저버렸다”며 “국민 다수가 건강보험개혁에 반대하고 있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존, 우리는 (선거를 위한) 득표운동을 하는 게 아니다. 선거는 끝났다”고 대꾸했다. 이에 다시 매케인 의원은 자신의 말을 끊으려는 대통령을 향해 “제발 내 말을 끝내도록 해주겠느냐”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놓고 미국 언론에선 결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법안을 밀어붙일 명분만 제공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누구도 이 토론회에서 합의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토론회였고, ‘여론’을 수렴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제 공은 넘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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