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없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中 초고속 승진 의혹 23세 女부국장
누리꾼 ‘인육수색’에 키스사진 들통

“웃기네요. 저는 남자 친구가 없어요.”

중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여성으로는 최연소 부국장에 오른 23세의 왕란(王然) 씨는 얼마 전 이렇게 중국 기자들에게 해명했다. 지방정부 고위직으로 알려진 남자 친구 아버지 덕분에 초고속 승진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답변이었다.

왕 씨는 이 말 때문에 더욱 곤경에 처했다. 인터넷에 그가 남자 친구로 보이는 젊은이와 키스하는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사태의 진전은 다음과 같다. 왕 씨는 2008년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산둥(山東) 성 신타이(新泰) 시 당 기율위원회 사건심사과에서 근무하던 평직원이었다. 최근 신타이 시는 임용 1년 반이 지난 왕 씨를 돌연 3단계 승진시켜 국유자산관리국 부국장으로 임명했다. 평직원→부(副)과장→과장→부국장에 이르는 승진 단계를 훌쩍 건너뛴 것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왕 씨의 ‘배경’이 든든한 것 아니냐”라고 의혹을 던졌고 신상정보를 찾아 공개하는 인육수색(人肉搜索)을 시작했다. 그의 대응은 강경했다. 집이 매우 부자라는 소문에 그는 부모가 모두 농민이라고 강조했다. 남자 친구의 아버지가 신타이 시 조직부 부국장이라는 소문에는 “남자 친구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사진이 공개되면서 “키스를 할 정도면 남자 친구 아니냐”며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신타이 시는 이번 인사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특혜인사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왕 씨의 필기시험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면접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어 승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급마다 일정 기간 근무연수를 채워야 승진자격을 갖는 중국 중앙정부의 공무원 승진규정을 어겼다는 분석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일부는 필기시험을 아예 보지 않고 면접으로 대신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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