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치 ‘인터넷 민심’에 마음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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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원자바오, 누리꾼에 세세한 설명
지방도 온라인 의견에 귀기울여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달 27일 신화통신 인터넷망을 통해 누리꾼들과 ‘인터넷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원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양회를 앞두고 이 같은 행사를 가졌다. 사진 출처 신화통신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달 27일 신화통신 인터넷망을 통해 누리꾼들과 ‘인터넷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원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양회를 앞두고 이 같은 행사를 가졌다. 사진 출처 신화통신
“집 안에 있는 사람이 물 새는 것 알고, 초야(草野)에 있는 사람이 정치가 잘못됨을 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달 27일 신화통신 인터넷을 통해 누리꾼과 대화하면서 ‘인터넷정치’로 ‘재야 누리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이렇게 빗대 말했다. 서구에서는 인터넷이 이미 국정의 주요 수단이 된 지 오래. 이제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인 중국에서도 인터넷이 정치 민주화를 확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 원 총리, 중-미 갈등부터 모친 근황까지

원 총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며칠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여 동안 누리꾼과 인터넷 대화를 했다. 지난해 2월 28일에 이어 두 번째다. 원 총리는 누리꾼이 올린 6만5000여 개의 질문을 놓고 미국과의 무역갈등부터 대학생 취업난, 주택가격과 인플레이션 대책, 그리고 지난해 2월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방문했을 때 신발 투척 공격을 받은 모습을 TV로 본 자신의 팔순 노모가 뇌출혈로 쓰러진 이야기까지 18개 분야에 걸쳐 대화했다. 원 총리는 누리꾼과의 대화를 내년에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매년 양회를 앞두고 사실상 ‘인터넷 국정보고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 총리는 미중 관계에 대해 “올해 양국이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무역 마찰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지 재재를 통하면 서로에게 피해만 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대미 무역흑자와 관련해 “미국이 첨단제품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면 불균형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에 비행기와 콩을 팔고 있는데 중국은 비행기에 앉아서 콩이나 먹으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총리는 집값이 너무 비싸 서민들이 ‘달팽이집’에 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초등학교 때 가족 5명이 9m²에 산 적이 있어 그 괴로움을 잘 안다”며 “정부에서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앙과 지방정부도 앞 다퉈 ‘인터넷 속으로!’

중국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은 올해 양회의 주요 특징으로 인터넷정치를 들었다. 전국인대와 정협 대표들은 지난해 처음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중에도 인터넷을 통해 누리꾼의 문의에 답했다. 주요 포털이나 언론 사이트에는 양회에 올리는 의견을 듣는 코너 등이 다수 마련됐다. 광둥(廣東) 성 왕양(汪洋) 서기는 지난해 부당한 정책이나 부패한 관리가 있으면 성 정부 홈페이지에 익명으로 고발하도록 했는데 그러자 10만여 건이 올라왔다. 안후이(安徽) 성은 올해 주요 업무추진 사항으로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인터넷정치 활성화’를 포함시켰다.

최고인민법원이 마련한 의견란에는 특정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 또는 완화하거나 고발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 많은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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