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찌든 아들, 더는 볼수 없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남아공 어머니 10대아들 끝내 살해
“인종차별보다 마약 고통이 더 심해”

어미는 아들의 목을 졸랐다.

목숨보다 아꼈던 핏줄이건만. 아들의 숨이 멈춘 뒤 직장인 노인복지원으로 가서 잔무를 처리했다. 그리고 어미는 경찰에 자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엘런 패키 씨(52)는 그렇게 아들과 작별을 고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2008년 아들 애비(당시 19세)를 살해한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패키 씨의 슬픈 사연은 월드컵 개최라는 영광 뒤에 감춰진 남아공의 사회적 위기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28일 전했다. 다름 아닌 곪을 대로 곪아 있는 마약문제다.

패키 씨가 사는 케이프플랫은 남아공 입법수도 케이프타운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마약갱’들이 지배하는 곳. 시내엔 버젓이 마약딜러 가게가 있고 대낮에 10분만 길을 걸어도 70건 이상의 마약 거래를 볼 수 있다. 로브 영 경찰국장은 “10년 전 1만 명 정도였던 마약중독자가 현재는 12만 명”이라며 “10대 청소년마저 ‘틱’이라 부르는 메탐페타민이란 마약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패키 씨의 아들 애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11세 때부터 대마초를 피웠다. 14세에 학교를 그만둔 뒤 성격도 거칠어졌다. 폭행을 일삼고 엄마의 옷과 장신구까지 내다팔아 마약 살 돈을 마련했다. 엄마는 아들이 무서워 집 창문에 쇠창살까지 달았다. 사건 발생 일주일 전, 애비는 어미의 입고 있던 속옷마저 빼앗고 가위로 찌르기까지 했다. 결국 이웃까지 해코지하는 아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패키 씨는 애비의 목을 밧줄로 묶었다. 아들은 당시에도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 패키 씨는 마지막 순간 울며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저세상에 가면 지금 엄마가 한 일을 너도 고마워할 거다.” 애비는 힘없이 “그럴 거예요”라며 기운이 잦아들었다.

패키 씨는 요즘도 매일 아들 꿈을 꾼다. “애비는 내게 빛나는 태양입니다. 신이 주신 선물이었죠. 지금도 여전히 그 애를 사랑해요. 하지만 더 큰 파국이 오기 전에 난 마무리해야만 했습니다. 남아공 사람들은 그 힘겨웠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도 버텨냈죠. 하지만 마약은 그것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줍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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