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적발 방지용 문자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아이폰 응용프로그램 ‘타이거텍스트’ 출시
서버 안거치고 유효기간 설정 흔적 안남겨

문자메시지의 유효기간을 정하고, 기한 초과 시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고 문자가 사라지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지난달 25일 출시됐다. 아이폰 가입자만 사용 가능한 이 프로그램 이름은 ‘타이거텍스트(Tiger text)’.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26일 ‘배우자를 속이기 위한 애플리케이션?(An iPhone App for cheating spouses?)’이라는 제목으로 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사용법은 이렇다. 유명한 정치인이 내연녀에게 타이거텍스트로 문자를 보냈다고 치자. 프로그램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정치인은 그가 보낸 문자의 유효기간을 1분에서 닷새까지 설정할 수 있다. 기한이 지난 문자는 수신자와 발신자 휴대전화에서 영구 삭제된다. 메시지를 열고 나서 60초 안에 바로 지워지는 ‘읽은 후 바로 삭제’라는 설정도 있다. 주고받은 메시지가 처음부터 통신사 서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통신사에 가서 메시지 기록을 확인해볼 방도도 없다. 주로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나 스파이들이 선호할 불륜적발 방지용 프로그램인 셈이다.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의 섹스스캔들이 터지기 전 나왔더라면 좋았을 터. 우즈는 내연녀들이 문자메시지를 공개하자 불륜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개발자인 제프리 에번스 씨는 “그들을 위해 개발한 게 아니다”라며 “나의 진짜 관심사는 사생활 보호”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공급자들이 사용자의 문자메시지와 e메일 정보를 일정 기간 갖고 있도록 정한 유럽연합(EU)의 법을 지적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