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 - 안정 사이 접점찾기… 위안화 급격 절상 없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 中 전국인대 개막
경제 정책 전문가 분석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5일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3차 회의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밝힌 올해 정책 목표는 광범위하다. 그중 △8% 안팎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달성 △신전략 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 구조조정 강화 △절상 압력이 높은 위안화의 안정적인 환율 유지 등이 큰 뼈대다.

무엇보다 GDP 8%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유연한 금융정책 등을 통해 내수 확대를 지속하기로 했다. 적자 예산 규모도 지난해보다 10%나 늘어난 1조500억 위안으로 늘리기로 했다. 광의의 통화(M2) 증가율을 전년대비 17%가량, 신규 대출자금 규모도 7조5000억 위안(약 1275조 원)으로 늘리는 통화정책도 유연하게 하기로 했다. 다만 주택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은 억제하는 등 ‘안정 속 성장’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발표한 자동차 철강 조선 등 10대 중점 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속하는 한편 올해는 신에너지, 신소재, 환경산업, 정보기술(IT) 및 생명공학기술(BT) 산업 등 신전략 산업의 육성을 통해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을 도모키로 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논란을 빚고 있는 위안화 환율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환율’ 만을 강조해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올해 8% 안팎 성장- 곽경탁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목표
예측 가능성 높여 한국엔 긍정적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8%를 제시한 것은 최근 10% 안팎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그간의 경제 발전사를 돌이켜보면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은 최근 30여 년간 평균 10%의 고도성장을 해오면서도 매년 성장률 목표를 8%로 제시했다. 물가상승이나 실업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수준의 성장률이 8%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종의 사회안전망 목표인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연간 8.7% 성장을 함으로써 ‘바오바(保八·8% 성장률 사수)’ 목표를 달성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0.7%로 치솟아 과열 논란이 빚어진 것을 떠올리면 향후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발전을 이뤄가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올해 상반기에 고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는 다소 둔화된 형태를 띠면서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연간으로는 9∼9.5%의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이 안정적 경제성장 의지를 재천명함에 따라 올해 중국 경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큰 폭의 변화 없이 지난해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까닭에 국내 경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환율시스템 합리적 개선-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美에 협력은 하되 中방식대로
G2싸움에 ‘새우’ 되는것 피해야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선 중국 특유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얼버무렸다. 원자바오 총리가 ‘합리적 수준’이라고만 두루뭉술하게 언급한 것은 미국의 절상 요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요구대로 급격히 바꿀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협력은 하되 중국의 스타일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G2 갈등 구도에서 중국이 일관되게 취해온 전략이다. 이처럼 중국이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자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당분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도 슬기로운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같은 거대시장에서 점유율을 1%포인트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두 나라 모두 잘 알고 있다. 미중 환율 분쟁의 불똥이 언제라도 한국으로 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양국 간 갈등이 생기더라도 원만히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한중 경제공동체나 통화스와프 시스템 등 경제금융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 이만용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녹색성장 의지… 거액 투자계획
한국과 기술경쟁 격해질 듯

중국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경제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신에너지, 신소재, 생물공학, 인터넷, 하이브리드 등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등 전략적 신흥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등 경제구조 전환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녹색성장의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단위 국내총생산(GDP)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할 계획이다. 풍력, 태양광 발전, 전기자동차 연구개발(R&D) 등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탄소배출권 시장을 출범할 예정이고 2012년경에는 탄소세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러한 중국의 저탄소경제 추진은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한국은 시장이 중국보다 작아 기술과 제품 상용화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양국의 10대 저탄소경제 발전전략의 유사도가 60% 정도에 이른다. 또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으로 선진국의 기술을 이전받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한국은 선진국과 협력체계가 취약해 기술 도입이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도 탄소배출권 시장과 탄소세제 등을 조기에 도입하고 과감하게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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