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核 3원칙은 유효” 美-日마찰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日 “핵 국내반입 등 3가지 밀약 존재” 공식인정


일본 정부가 미국 핵의 일본 반입, 한반도 유사시 사전협의 없는 주일미군 출동, 오키나와(沖繩) 반환 시 원상회복 비용의 일본 부담 등 미국과의 3가지 밀약의 존재를 인정했다. 일본의 집권 민주당 정부는 ‘비핵 3원칙’에 위배되는 이번 밀약의 내용을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인정하거나 준수하지는 않을 방침이지만 그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밀약 의혹이 제기된 4가지 가운데 오키나와 반환 당시 오키나와 핵 재반입에 합의했다는 부분은 이후 정부 내에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밀약에서 제외했다. 밀약 문제를 조사해온 일본 외무성 전문가위원회는 9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에게 제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당시 미군에 의한 핵무기 반입을 사전협의 대상으로 규정하고도 비밀 의사록을 통해 핵 탑재 함선과 항공기의 일본 영해 및 영공의 통과·기항·비행을 사전협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밀약으로 인정했다. 1972년 오키나와 반환 당시 원상회복 비용 일체를 일본이 부담하기로 한 것과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의 출동을 미일 간 사전협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밀약으로 인정했다.

위원회는 이들 밀약에 대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온 과정이 밀약의 배경이 됐지만 이는 과거 정부의 거짓과 부정직함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이들 밀약은 일본의 국시인 비핵 3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정부의 신뢰성과 도덕성에 타격을 받게 됐다. 비핵 3원칙은 일본 정부가 1968년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반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을 말한다. 자민당 정권 시절 일본 정부가 이에 상반되는 밀약을 미국 정부와 체결한 상태에서 비핵 3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는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과거 자민당 정권은 미국에서 공식 문서나 관계자 증언을 통해 밀약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전면 부인해 왔다. 오카다 외상은 비핵 3원칙과 관련해 “미국의 핵 정책 변경으로 1991년 이후엔 일본에 미국의 핵 반입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핵 3원칙의 재검토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부로서는 자민당 정권 시절 미국과 맺은 밀약의 존재는 인정하되 밀약의 효력을 인정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밀약의 또 다른 주체인 미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선 밀약 내용의 인정 및 준수 여부도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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