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中·印등 신흥경제국으로 눈돌려
증시상장 외국기업 1991년 127개서 15개로 격감
“법인세율 인하 등 투자환경 개선을” 목소리 커져
일본 시장을 등지는 외국계 대기업과 자본이 속출하고 있다. 20여 년에 걸친 장기 내수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일본 대신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초 광고수입 침체를 이유로 미 타임스 등 해외 언론이 도쿄지국을 폐쇄한 데 이어 제조업체까지 철수를 결정하자 일본 내에서는 규제 완화 등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외자기업의 탈(脫)일본 러시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적 타이어 생산업체인 프랑스의 미쉐린은 7월부터 군마(群馬) 현 오타(太田) 시의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종업원 380명이 근무하는 이 공장은 그동안 고급차 대상의 고가 타이어를 생산해왔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채산성이 악화되자 생산을 포기한 것. 그 대신 미쉐린은 인도 남부에 767억 엔(약 9644억 원)을 투자해 버스 및 트럭용 타이어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초 일본에서의 승용차 판매를 중단한 대신 중국 베이징에 11월 말 가동을 목표로 8억 달러를 투자해 세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의 사무용품 전문업체 오피스디포와 이탈리아 명품 의류업체 베르사체도 최근 일본 내 판매사업을 접었다.
연료전지나 정보기술(IT) 등 장래가 유망한 산업의 탈일본 러시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의 연료전지 대기업인 밸러드파워시스템스가 지난해 일본 기업과의 합병관계를 끊고 철수했다. 미국의 미디어 대기업인 리버티글로벌은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주피터텔레콤(JCOM) 주식(약 3600억 엔어치)을 일본 기업에 매각하고 일본 케이블 TV시장에서 손을 뗐다. 일본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유료방송 시청자 수가 좀처럼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이처럼 외자기업이 하나둘 일본을 뜨면서 지난해 외국 자본의 일본 투자는 전년 대비 55.7%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시장에서의 철수도 줄을 잇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도쿄증시 상장 외국기업은 1991년 127개사였으나 9일 현재 15개사에 불과하다. 3월 말에는 네덜란드의 아에곤이, 4월에는 스위스의 UBS가 잇달아 상장을 폐지할 예정이다. 신규상장은 아예 2008년 이후 끊겼다.
○ 일본 투자매력 없다
외국기업과 자본이 이처럼 일본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세계적 경영컨설팅 업체인 AT커니가 글로벌 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각국의 투자매력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2007년 15위에서 올해는 아예 순위 밖(26위 이하)으로 밀려났다. 반면 중국은 2002년부터 1위를 6번이나 차지했다. 일본 경기침체가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일본의 중상층을 겨냥해 고급제품을 팔아오던 외국계 기업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된 것. 그 대신 외국 대기업은 일본에 투자하려던 자본을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 등이 값싸게 나온 일본의 중소기업을 일부 인수하는 사례도 있지만 거대 외국 자본의 투자는 자동차 등 제한된 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내부에서는 실효법인세율이 40%에 이르는 높은 세율을 낮춰주는 등 투자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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