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과거 미국과 핵 반입을 묵인하는 밀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을 계기로 비핵 3원칙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핵심은 ‘핵을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반입을 허용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 가운데 반입 금지 원칙을 바꿀지 여부다.
민주당 정부는 과거 자민당 정권 시절 미일 간에 맺은 밀약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비핵 3원칙을 견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전날 외무성 전문가위원회가 과거 정권의 미일 핵 밀약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뒤 “(비핵 3원칙은) 재검토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과의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핵 철폐는 민주당의 기본 정책이기도 하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정부의 3원칙 유지 방침을 지지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사설에서 “핵 밀약은 자민당 장기정권이 남긴 거대한 부(負)의 유산”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핵군축 비확산 움직임이 강화되는 만큼 일본도 핵 의존도를 줄이고 동북아 평화구축에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익 계열은 “핵 반입 금지와 관련해 핵 배치는 금지하더라도 핵무기를 탑재한 함선의 기항이나 통과는 예외로 허용하는 이른바 ‘2.5원칙’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의 안보를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핵 함선의 기항마저 막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다. 요미우리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 없는 세상’은 이상에 지나지 않고 미국의 핵우산은 일본 안보에 불가결하다”며 2.5원칙을 신중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번 밀약 인정을 계기로 핵 정책을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자민당 등 우익 정치권도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단적 자위권 허용 △적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적기지 공격론의 제한적 검토 △우방국과 무기개발을 공동으로 할 수 있도록 무기 수출 3원칙 완화 등 안보와 관련한 ‘평화 원칙’을 바꾸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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