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국정연설서 사법부 결정 비판… 매우 우려스러운 일” 대법원장, 오바마에 직격탄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49)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55)을 위시한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들의 충돌이 심상치 않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9일 앨라배마대 법대 강연 도중 학생들과 문답을 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vs 대법원 보수진영 2탄’이라고 평가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청중석에서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사법부 꾸짖기의 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가슴속에 담아뒀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상황과 환경 그리고 예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정부를 구성하는 한 축의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대법원을 포위한 상태에서 기립하고 환호하는 와중에 사법부는 의전에 따라 무표정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 장면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이후 대통령 국정연설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로버츠 대법원장은 향후 국정연설에 불참할 여지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미 특정 정파의 ‘궐기대회(pep rally)’로 전락한 국정연설에 왜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1월 27일 국정연설에서 대법원이 5 대 4의 결정으로 기업이 특정후보에게 사용할 수 있는 선거자금의 제한을 철폐한 데 대해 “(미국 사법부는) 100년에 걸쳐 지켜온 법정신을 뒤집고 외국기업을 포함한 특정 이익을 위해 수문(floodgate)을 열어 버렸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이 ‘(사법부의)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이 순간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혼잣말로 “사실이 아니야(Not true)”라고 말하는 장면이 TV에 잡히기도 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로버츠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진짜로 우려스러운 것은 (대법원의) 판결이 기업과 이해집단의 자금이 선거판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라며 대법원을 다시 정조준했다. 그는 “우리가 (대법원의) 결정을 비난하고 의회와 함께 새로운 입법 절차에 착수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은 하버드대 로스쿨 동문이지만 이념적 지향이 판이해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2005년 대법원장 인준표결 때 오바마 상원의원은 “약자보다는 강자 편에 서온 인물”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공교롭게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해 1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불과 35개 단어로 구성된 취임 선서를 선창하면서 일부 어순을 바꿨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튿날 백악관에서 선서를 다시 해야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미셸 리 “무능교사 퇴출해야” - 와인가튼 “교원 고용 안정 중요” ‘교사 종신 재직’ 정면충돌 ▼
“두 사람은 코넬대를 졸업했다는 사실 말고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미국 공립학교 교육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미셸 리 워싱턴교육감과 회원이 140만 명인 교원노조를 이끄는 랜디 와인가튼 미국교사연합(AFT) 회장을 두고 뉴스위크 최신호(3월 15일자)는 이같이 지적했다.
교육개혁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이 두 사람이 가장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대목은 교사의 종신 재직권 문제. 리 교육감은 부실해진 공립학교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저돌적인 자세로 무능교사 퇴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무능교사와 교직원을 해고해 노조의 반발은 물론이고 워싱턴 교원노조로부터 부당해고 무효소송까지 당했지만 결국 법원은 리 교육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원노조인 AFT를 이끌고 있는 와인가튼 회장은 학생들의 성적을 놓고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교육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민주당 지지를 받기 어려운 점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교원노조원들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있다.
예컨대 무능교사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해마다 뉴욕에서는 0.01%의 교사들이 무능교사로 판정돼 해고되고 있다. 와인가튼 회장은 무능교사 비율이 얼마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많아야 2% 남짓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리 교육감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비율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리 교육감이 보는 무능교사 비율은 최소한 두 자릿수다.
리 교육감은 종신 재직권을 폐지하는 대신 교사평가를 통해 최고 13만 달러를 성과급으로 주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하지만 리 교육감의 교육개혁 플랜은 교원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있다.
똑똑한 변호사 출신으로 언론에도 정통한 와인가튼 회장은 탁월한 언변으로 교사 평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이대며 리 교육감의 개혁에 발목을 잡고 있다. 오로지 학생 성적만으로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리 교육감이 낙후된 워싱턴 공립학교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무능교사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와인가튼 회장은 뉴욕 주를 설득해 교사평가 방침을 철회토록 하는 데 성공했다.
백악관은 두 사람의 싸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교육개혁 방침에 앞장서는 안 덩컨 교육장관과 리 교육감을 지원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미셸과 언론을 잘 다룰 줄 아는 노련한 랜디가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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