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후 6개월 동안 일본에선 여러 이슈에 대해 이념대결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한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날선 대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일동포가 주축인 외국인 영주자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 출동이 포함된 미일 간 밀약,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와 연결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 포함할지 등을 둘러싼 좌우 공방이 대표적이다. 대립 축에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유력 언론과 일부 사회단체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
정권교체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쟁점은 외국인 영주자 지방참정권 문제. 민주당은 정권교체의 기세를 몰아 올해 초 법안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였다. 공명당과 사민당이 동조했고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은 정부 방침을 꾸준히 지지했다. 그러나 자민당과 국민신당,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일본회의 등 우익을 망라한 정당 언론 사회단체의 파상공세로 주춤한 상태다. 문제가 표면화하자 과거 찬성했던 지방의회들이 상당수 반대로 돌아서는 등 보수세력의 깊은 뿌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총선 참패로 침체했던 우익세력은 이를 계기로 막강한 영향력과 연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정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주일미군을 출동할 수 있도록 한 1960년 밀약을 포함해 일련의 미일 간 과거 밀약을 놓고도 대립이 격렬하다. 민주당 정부는 밀약 조사를 통해 과거 자민당 정권이 국민을 속인 부정직한 정권이었음을 알리고 평화 지향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짙다. 보수층은 정부가 미일관계와 안보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이런 일을 왜 벌였느냐는 반응이다. 이를 계기로 요미우리, 산케이신문은 “핵 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을 수정하자”는 주장을 펴는 반면 아사히, 마이니치신문은 정부의 비핵 3원칙 견지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보수세력은 나아가 적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검토하자는 등의 무기수출 3원칙 완화를 주장할 소지도 있다. 이는 북한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민주당 공약인 고교 무상화 정책에 조선학교를 포함하느냐를 놓고도 언론이 사설 대결을 펼치는 양상을 보인다. 민주당이 찬성 쪽으로 기우는 듯하자 산케이신문은 11일 “조선학교는 교과서(채택)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재가 필요한 곳”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반면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교육문제를 왜 정치문제와 결부시키느냐. 죄 없는 아동을 정치적 문제로 소외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아사히신문과 사민당 국민신당 공명당도 포함에 찬성 쪽이다.
일본의 이념 대립은 민주당 정권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평화 지향 행보에 속도를 내자 우익이 뭉쳐 대항하는 성격이 짙다. 우익세력은 이 과정에서 “참정권 허용으로 외국인에게 일본 운명을 맡길 것이냐” “김정일 숭배 학교에 왜 혈세를 지원하느냐”는 등의 자극적 공세로 국민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민주당 정부가 참정권 등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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