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의 시우다드후아레스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직원 부부 등 3명이 13일 멕시코 마약조직 세력의 총격으로 잔혹하게 살해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반경 미국 영사관 여직원 레슬리 엔리케즈 씨(25)와 남편 아서 레델프 씨(30)는 동료 직원의 집에서 열린 사교 모임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 총격을 받았다. 임신 중인 아내와 미국 텍사스 주 엘파소에서 근무하는 남편은 각각 머리와 목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뒷좌석에는 살아남은 한 살배기 딸만 혼자 울고 있었다.
이보다 10분 앞서 몇 km 떨어진 곳에서 같은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미 영사관의 멕시코인 여직원 부부도 총격을 받았다. 여직원은 무사했지만 남편은 숨지고 뒷좌석의 네 살, 일곱 살짜리 자녀들도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 전역에서 마약 갱의 폭력으로 50명이 살해된 ‘피의 주말’에 발생했다.
불법 마약류를 미국으로 밀수출하는 주요 거점인 인구 130만 명의 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마약과 연루된 폭력 사태로 작년에만 2600명 이상이 살해된 곳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이 멕시코에서 마약 밀수범에게 수없이 공격당했지만 이번처럼 자동소총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미국인을 노린 범죄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너무도 잔혹한 살인”이라고 크게 분노하고 “멕시코 정부와 협조해 범죄조직 소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멕시코 북부지역 내 영사관 6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가족을 다음 달 12일까지 안전한 미국으로 돌려보낼 것을 지시하는 한편 멕시코 지역 두랑고, 코아우일라, 치와와 주에 대한 불필요한 여행 자제 권고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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