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혈액 투척 시위’에 이어 ‘계급전쟁(class war)’을 벌이겠다고 18일 선언했다. 주말인 20일부터 차량 2000여 대로 방콕 시내를 누비며 ‘분산시위’를 벌임으로써 현 정부에 실망한 서민들을 시위대에 끌어들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혈액 투척 시위 등 비정상적 시위 방식에 실망해 시위대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계층 간 갈등을 새로운 투쟁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시위대가 계급전쟁 노선을 밝힌 지 몇 시간 뒤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혈액 투척과 도로 점거를 중지하고 평화적 시위를 한다면 시위대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시위대의 조기 총선 요구는 일축했다.
시위를 장기화하려는 시위 지도부의 노력에도 시위대열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시위대의 본거지가 됐던 랏차담는 도로에는 18일 오전부터 다시 차들이 다니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목격되는 시위대는 1만 명을 넘지 않아 보였다. 이에 시위 지도부는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잠시 고향에 일을 하러 갔지만 곧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 지도부는 혈액 투척 시위를 마치고 돌아온 17일 밤 회의를 열고 강경 폭력투쟁 방식을 고집한 지도자 2명과 이들이 이끄는 계파를 지도부에서 제명했다. 앞으로도 비폭력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시위대의 계급전쟁 노선은 해외에서 시위를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진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17일 저녁 집회장과 연결된 국제전화를 통해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뒤 나왔다. 이에 앞서 탁신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혈액 투척 시위도 나의 아이디어였지만 지도부에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일간지 더네이션은 종적이 묘연했던 탁신 전 총리가 자신이 소유한 호텔 개조공사 현장을 둘러보고자 13일 동유럽의 몬테네그로에 입국해 세 자녀와 최고급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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