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른바 '살인백신' 사건 피해 어린이들의 부모가 갖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중국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산시(山西)성의 천타오안(陳濤安)씨는 최근 낯선 사람으로부터 "사건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 사장이 5만 위안의 사례비를 주겠다"며 "만약 의도적으로 계속 일을 키운다면 당신 다리 하나쯤 자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내용의 협박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의 아내 역시 산시성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
천씨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의 백신 사건을 취재한 언론에 협조한 피해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협박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일부 부모들은 "사례비를 10만 위안 주겠다"는 내용의 메시지와 함께 "당신은 보통 사람이지만 우리 사장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도 함께 받았다.
피해 부모들은 최근 "산시성에서 백신 접종 후 피해가 심한 어린이들을 탐방 조사한 결과 지난 4년간 최소 4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74명의 어린이가 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중국경제시보(中國經濟時報)의 폭로성 보도에 협조했던 사람들이다.
중국 위생부는 보도가 나간 뒤 산시성 위생당국에 구체적으로 조사한 뒤 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산시성 위생국 관계자들은 1차 조사 결과 백신은 정상이었고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신문사와 해당 기자는 즉각 보도내용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피해 부모들도 이 사건에 대해 각종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들은 우선 위생당국이 왜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는지, 백신의 검사 주체는 누구인지, 당국이 피해 부모들에 대한 조사를 왜 하지 않는지, 백신 검사 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 등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경제시보는 앞선 보도에서 문제의 백신 변질에는 2006년 산시성 질병예방공제센타(질공센타) 생물제품배송중심의 주임으로 임명된 후 유통권을 장악한 톈젠궈(田建國.35)란 인물이 배후에 있다고 지목하고 있다.
그가 3500만 인구의 산시성내 백신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정부의 허락 없이 고온에서 위생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백신 유통을 독점해 왔다는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산시성 신방국(민원실 격)은 22일 피해부모들을 불러 관련 상황을 청취할 예정이지만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한편 중국에서 최근 들어 이처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폭로성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피해부모들이 한꺼번에 협박을 받았다는 것은 과거에는 쉽게 폭로되기가 어려웠던 사안이다.
또 최근에는 국가식용유표준화위원회 팀장인 허둥핑(何東平) 우한(武漢)공업학원 식품공학과 교수가 "하수도나 음식물 쓰레기에서 추출한 재활용 식용유가 중국 전역에서 연간 200만~300만t씩 유통되고 있다"고 폭로했으며 중국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중국 당국이 정치, 인권 등 문제만 거론하지 않는다면 사회고발 보도는 부패 방지 차원에서 용인하는 것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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