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으로 영주 귀국한 사할린강제노동 피해자의 우편저금 청구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할린 동포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으므로 한일 정부가 국민의 개인청구권 문제를 더는 거론하지 않기로 한 한일협정에 위반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본의 한일협정 소급적용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어서 일본 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22일 ‘사할린 잔류 한국·조선인 우편저금 등 보상청구소송’ 변호인단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사건을 심리 중인 도쿄지법 민사합의 32부에 “한국 국적 취득이 확인된 자는 1965년 6월 22일(한일협정 체결일) 시점에서 재산권이 소멸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1940년대 러시아 사할린 탄광에 징용돼 강제노동을 한 피해자와 유족 11명은 당시 받지 못한 급여를 현재 가치(당시 액면가의 2000배)로 환산해 2800여만 엔(약 3억5000만 원)을 돌려 달라며 2007년 3월 도쿄지법에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당시 급여를 현금이 아닌 우편저금이나 간이보험의 형태로 간접 지급받았다. 일본 정부조사에 따르면 1997년 현재 사할린 동포들이 우편저금에 넣어둔 돈은 59만 계좌에 액면금액 1억8700만 엔(약 23억 원), 간이보험은 22만 건에 7000만 엔(약 8억7000만 원)이다. 현재가치로 따지면 5140억 엔(약 6조4367억 원)에 이른다.
일본 측의 청구권 소멸 주장에 대해 한국 외교통상부는 “한일협정은 서명일 기준으로 존재하는 양국 및 국민 간의 재산권이 대상”이라며 “이후에 한국 국적 취득 이유로 재산권이 소멸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일협정 체결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할린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까지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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