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종전 기념우표, 美서 엉뚱한 저작권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우정公, 조각사진을 실제사진 착각

2002년 미국 우정공사는 한국전쟁 종전 50주년 기념우표(사진)를 발행했다. 37센트짜리 네모난 우표에는 눈을 맞고 있는 참전용사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우정공사는 2005년 3월까지 총 4800만 장의 우표를 팔아 17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 우표가 송사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조각가 프랭크 게일로드 씨(85)가 자신의 작품이 우표에 도용된 걸 뒤늦게 알게 된 뒤부터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그는 1995년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19인 상을 제작했다. 게일로드 씨는 “우표의 무단 발행으로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원작자의 동의 없이 우표는 어떻게 나왔을까. 1995년 겨울 걸프전 참전용사 존 알리 씨가 찍은 사진 때문이다. 사진작가인 그는 4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는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아버지에게 퇴임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떠올린 게 워싱턴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조각상. 알리 씨는 참전용사 조각상을 찍어 ‘진짜 인생(Real life)’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때마침 내린 눈 때문에 사진은 참전용사가 진짜 눈을 맞고 퇴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사진은 우정공사의 눈에 띄었고 한국전 종전 50주년 기념우표의 사진으로 채택됐다.

1심에서 게일로드 씨는 패소했다. 우표에 그려진 참전용사 상이 조각작품을 찍은 건지 진짜 병사를 찍은 건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많이 변형됐다는 게 법원 판결이었다. 하지만 게일로드 씨는 항소했고 2월 말 연방항소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전체 제작비 1800만 달러 가운데 자신도 77만5000달러를 보탠 게일로드 씨는 전체 매출의 10%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60년을 앞두고 끝나지 않은 이 싸움은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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