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학부모, 자녀 대입 스트레스에 ‘골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고3, 수능시험만 22번 치러… 애타는 부모 고혈압 - 당뇨 급증

인도 고등학교의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이 넘어야 할 고개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참을성’이라는 과목이다.

고등학교 3학년인 사드흐비 콘차다 양(17)은 대학 입학까지 22개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보드시험(Board Exam), 프리(Pre) 보드시험, 프리 프리(Pre-pre) 보드시험까지 합쳐 이미 11번의 시험을 봤는데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보드는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전국 또는 각 주에서 보는 학력인증 시험을 말한다.

험난한 대학입시는 가족까지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아파트 복도 게시판에는 교사들이 동네 주민 자녀들의 시험결과표를 붙여놓는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자녀의 점수를 수시로 확인한다. 한 학부모는 “이렇게 아이들을 압박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뉴델리의 당뇨 전문 병원은 고혈압과 높은 혈당 수치로 병원을 찾는 학부모들이 최근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자녀의 시험 스트레스를 부모도 고스란히 겪고 있는 셈이다.

바늘구멍보다 작은 대학 입학문 때문이다. 11억5000만 인구 중 3분의 1이 14세 이하인 ‘젊은 국가’는 학생이 1억8600만 명에 이른다.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12.4% 안팎이다. 유능한 학생을 받아줄 대학 수가 턱없이 모자라서다. 그러니 유능한 학생들은 공부를 위해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만모한 싱 총리도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이다. AFP는 “현재 16만 명의 학생이 외국에서 유학 중이지만 그들이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부족한 대학 수를 채우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외국 대학의 캠퍼스를 유치하는 법안을 승인하며 국회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해마다 1억여 명의 학생이 대학에 가지 못한다면 이들의 10년, 15년 후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향후 10년간 인도에는 800∼1000개의 대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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