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의사 앞에선 남북도 여야도 하나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 中 뤼순감옥서 순국 100주기 추모식
한국 의원 추모행사 中정부, 첫 허가
기념사업회 추모식엔 北인사 6명 첫 참석
국내 곳곳서도 추념식

26일 오전 10시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시 남단 뤼순(旅順)감옥의 안중근 의사 추모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안 의사가 이곳에서 순국한 지 100년이 지난 이날 추모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여야가 함께 참석했을 뿐 아니라 북한 관계자들도 참석해 안 의사의 뜻을 기렸다.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의원 5명과 한중경제무역촉진회 기업인 등 50여 명은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시작으로 추모식을 올렸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당국의 추모식을 허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추모단은 시각장애인인 나사렛대 이상재 교수의 ‘선구자’ ‘애국가’ 등의 클라리넷 연주를 들은 후 “안중근 대한민국 남북통일 만세” 삼창을 외쳤다. 박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한국 중국 일본이 21세기에 상호 협력해야 할 비전을 제시한 선구자적 혜안이었다”며 “3국이 안 의사의 유해 찾기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단은 안 의사가 수감됐던 감옥, 사형 집행장, 유해 매장 추정지 중 한 곳인 감옥 서북쪽의 야산을 둘러봤다.

이날 추모단에는 동북아역사재단 및 주중 한국대사관, 주선양(瀋陽) 총영사관, 다롄한국상회, 중국동포 모임인 다롄안중근연구회 그리고 국제안중근기념협회 관계자도 함께했다. 의원단에는 한나라당 윤상현 박민식 의원, 민주당 박상천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이 참가했다.

국회 추모단 행사에 이어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 회원 90여 명이 추모식을 가졌다. 특히 추모단에는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등 북한 측 인사 6명도 함께했다. 남북이 안 의사 추모식을 함께 거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 회장은 “이전에는 우리 민족이 하나의 강토에서 살았다”며 “안 의사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반도 분열의 고통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안 의사 유해 찾기에 못지않게 분단된 조국이 통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 그의 참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광복회 회원 40여 명이, 25일에는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한나라당 김을동 의원이 대표로 있는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회원 50여 명이 뤼순을 찾았다.

안 의사 흉상과 글씨 등을 가득 전시한 추모관은 지난해 10월 26일 거사 100주년을 맞아 광복회 등의 지원으로 마련됐다. 추모관은 안 의사가 거사 후 뤼순감옥으로 옮겨진 뒤 수감됐던 144일 중 대부분을 보낸 건물 내에 마련됐다. 감방 옆에는 교수대가 있는 형장을 재현해 놓고 벽에는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안중근 이곳에서 영웅적으로 서거하다’는 중국어와 한국어 안내판도 붙여 놓았다.

국내에서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추념 행사가 26일 열렸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겨레의 등불, 평화의 횃불’이라는 주제로 중앙추념식을 가졌다. 추념식에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김양 국가보훈처장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유족, 광복회원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총리는 추도사에서 “안 의사의 유해 봉환을 비롯해 선열의 높은 뜻을 계승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안 의사는 나라가 어려울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을 바친 애국자이자 세계와 동아시아 지역의 화합과 평화를 이야기한 시대의 선각자였다”고 추모했다.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이날 오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집전으로 안 의사 추모미사가 열렸다. 정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그동안 안타깝게도 우리 가톨릭교회는 안 의사를 신앙인으로 올바르게 평가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며 “그분은 자신의 행동이 천주교 신앙과 교리에 어긋남이 없다고 확신했고 그분의 독립투쟁과 의거는 신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뤼순=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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