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상들과 ‘일촌 맺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대중은 가까이 정상은 멀리’정책 효과 시들
해외 지도자와의 만남 늘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변했다. 보수파 비판을 의식한 듯 외국 정상들과의 일대일 접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미 보수파는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임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외국 정상과의 친분 맺기에 소홀히해 미국의 이익을 제대로 관철해내지 못한다고 비판해 왔다.

▶본보 29일자 A20면 참조
[관련기사] 오바마 대통령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만나 아프간 정부 내 부정부패를 없애라고 강조했다. 비록 양자 모두에게 즐거운 만남은 아니었지만 오바마 정부의 극적인 대외정책 전환을 드러낸 사례라고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30일 보도했다. 해외 지도자와의 직접 대면접촉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신문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지난 1년과 비교해 보면 정책 전환은 확연히 드러난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이집트 카이로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불법적”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지난주 그는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정착촌 건설 중지를 촉구했다. 지난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프랑스 시민 수백 명과 해외 첫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파리 엘리제궁 만찬 초청도 거절했던 그가 30일 백악관에서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와 사적인 만찬을 갖는다. 지난해 4월 체코 프라하의 시민 수만 명 앞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쳤던 그는 다음 달엔 워싱턴으로 세계 40개국 정상을 불러 핵 관련 회담을 연다.

이처럼 과거 오바마 대통령은 어느 나라를 가든 그곳 대중과 만나 전임 대통령 시절 실추된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일을 선호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8년 방문한 독일 베를린에서 20만 대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던 기억이 오바마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중은 가까이 하고, 정상은 멀리하는’ 대외정책을 낳은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사이먼 서패티 세계안보담당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친화 대외정책이 ‘효력의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인기를 무기로 중국이나 이란에 가서 일반 시민과 직접 만났지만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두 나라 정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고 중동평화협상도 빈사 상태에 이른 데서 드러나듯 친(親)대중정책의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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