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억류된 아들과 고통 함께”
쇠사슬 묶고 1138km 순례고행
눈물겨운 父情에 정부 협상 재개
“이제 제가 아버지의 손목에 걸린 쇠사슬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콜롬비아 북부 플로렌시아 공항에 적십자 깃발이 그려진 브라질군의 헬리콥터가 착륙했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파블로 에밀리오 몬카요 병장(32)을 향해 부모와 형제들이 달려갔다. 가족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몬카요 병장은 12년 3개월 만에 만난 아버지 구스타보 몬카요 씨(58)의 양쪽 손목에 걸린 쇠사슬을 벗겨냈다. 아버지는 마침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1997년 12월 21일 당시 19세인 몬카요 병장은 콜롬비아 좌익 게릴라 무장단체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의 전투 중에 납치됐다. FARC는 정치인 군인 경찰 등을 인질로 붙잡아 콜롬비아에 수감된 반군과 교환하거나 몸값을 챙긴다. 지금도 약 50명의 인질이 FARC에 억류돼 있다고 CNN은 전했다.
아버지 구스타보 씨는 아들이 붙잡혀간 뒤 정부에 석방협상을 벌여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정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그는 여론의 관심을 모아 정부를 압박하기로 결심했다. 2007년 6월 17일 콜롬비아에서는 ‘아버지의 날’이다. 이날 그는 목과 손목에 쇠사슬을 건 채 고향 산도나를 출발해 수도 보고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쇠사슬에 묶인 채 억류돼 있는 아들과 고통을 나누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힘든 여정을 계속하고 있던 7월 초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FARC가 인질 7명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는데 아들 몬카요 병장의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 발의 통증과 뜨거운 햇볕에 지쳐가던 그는 아들의 생존이 확인되자 다시 힘을 냈다. 결국 그는 출발한 지 46일째인 8월 1일 총 1138km를 걸어 보고타에 도착했다.
아들을 위한 그의 고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날 보고타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지지자들을 항해 “내 아들과 콜롬비아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다짐했다. 콜롬비아 언론은 그에게 ‘평화의 보행자(The walker for peace)’라는 별칭을 붙였다.
당시 콜롬비아 정부는 FARC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고 협상은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아들을 향한 눈물겨운 부정(父情)을 응원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고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 스페인 교황청까지 콜롬비아 정부에 FARC와의 인질석방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결국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은 8월 3일 인질석방 문제를 포함한 평화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년 8개월에 걸쳐 좌파 정치인 피에다드 코르도바 상원의원, 브라질 정부,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이 참여해 협상한 끝에 마침내 몬카요 병장이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는 “내가 살아서 돌아오게 된 것은 신(神)의 은혜와 아버지의 엄청난 노력 덕분이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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