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사진)이 작심한 듯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을 겨냥해 강도 높은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탈레반과의 전쟁을 위해 카르자이 정부를 재정적·군사적으로 지원해온 미국은 카르자이 대통령의 비판이 아프간 외교노선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국내 정치용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3일 대통령궁에서 아프간 의회 의원 60여 명과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이 아프간 내정을 간섭하고 있으며 간섭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탈레반의 반군활동 성격이 합법적인 저항운동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은 3일 면담에 참석한 의원 5명의 말을 번갈아 인용하면서 “카르자이 대통령은 선거감시권한을 유엔으로부터 되찾으려는 노력을 의회가 지지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탈레반과 손잡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또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간에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려는 서방국가 관리들에게 의원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대선에서 카르자이의 득표 중 3분의 1을 무효처리한 선거민원위원회(ECC)의 위원은 전체 5명 중 3명을 유엔이 임명한다. 1명은 대법원이, 나머지 1명은 인권위원회가 임명해 대통령에게는 임명권이 전혀 없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5명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의 칙령을 반포했으나 의회는 지난주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에 가까운 반대로 이를 거부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앞서 1일에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에게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이뤄졌으며 아프간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선거부정 책임을 서방국가에 돌렸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은 즉각 “진짜 문제가 있는 언급”(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터무니없다”(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등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WSJ는 특히 카르자이 대통령이 3일 의원들 앞에서 행한 대미 비판은 2일 통화에서 ‘미국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전한 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재발한 것이라며 “이미 ‘상처가 난’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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