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장기침체 국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일본의 연령별 구매력 격차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이 많은 50, 60대는 소비여력이 갈수록 커지는 반면에 빚이 저축보다 많은 30대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득격차에 이어 세대별 소비격차가 일본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를 토대로 세대별 평균 구매력을 산출한 결과 향후 3년간 60대의 구매력은 58만 엔(약 690만 원) 늘지만 30대의 구매력은 5만 엔(약 59만 원)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플레 국면에서는 물건값이 떨어지므로 구매력이 높아지는 게 맞지만 소득도 함께 줄기 때문에 빚이 많은 세대는 오히려 구매력이 감소한다. 이른바 단카이(團塊)세대로 불리는 60대는 이미 벌어둔 재산과 연금 등 여유가 있지만 젊은층은 소득 감소와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구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단카이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직후인 1947∼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경제성장을 주도하면서 재산을 모으고 연금을 확보한 연령층이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가구주가 60대인 가정은 평균 2288만 엔의 저축과 217만 엔의 부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2071만 엔의 순저축이 3년간 58만 엔의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가구주가 30대인 가정은 저축과 부채가 각각 635만 엔과 813만 엔으로 빚이 더 많아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2월까지 12개월 연속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하락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물가 하락이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디플레를 벗어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디플레가 장기화하면 소득이 젊은층에서 고령자층으로 이전돼 세대 간의 재분배 구조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디플레 탈출이 시급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