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발 덴버행 유나이티드항공(UA)의 기내. 출발한 지 1시간 남짓 지난 시간에 일등석에 탄 아랍계 신사 한 명이 기내 화장실에 들어갔다. 얼마가 지났을까? 화장실 안에서는 담배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기내에 탑승했던 보안요원들이 화장실 문을 열라고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요원들은 결국 화장실 문을 강제로 열었다. 어느새 항공기 옆에는 ‘기내 이상’ 보고를 받은 뒤 긴급 출동한 군 전투기가 나란히 날고 있었고 공항에도 비상이 걸렸다. 덴버공항에는 경찰 폭발물 제거팀이 급파됐고 군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보안요원들에 의해 즉각 기내에서 체포된 사람의 신원은 무함마드 알 마다디 씨로 밝혀졌다. 2007년 이후 워싱턴의 카타르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으로 3등 서기관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이유를 묻는 보안요원의 질문에 “신발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고 농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전투기들이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12월 승객과 승무원 197명을 태우고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공항을 향하던 아메리칸항공(AA) 63편 여객기에서 영국 국적의 리처드 리드 씨는 신발 속에 장착된 폭탄을 터뜨리려다 미수에 그친 적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테러 미수사건 이후 항공기 내에서의 의심스러운 행동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복통을 겪던 한 나이지리아인이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있다가 테러용의자로 몰려 체포당하기도 했다.
마다디 씨가 이번 ‘사건’으로 어떤 처벌을 받을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그는 하급 외교관이기는 하지만 부영사급으로 외교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 미국은 직접 처벌하지 못하는 대신 해당 외교관에게 추방명령을 내릴 수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