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화산재 하늘길’… 승객 60만명 발묶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화산재 동남부로 이동… 최소 11개국 영공 전면 폐쇄카친스키 장례식 연기고려 등 사상 최악의 항공대란

아이슬란드의 에이야D랴외퀼 화산 폭발로 유럽의 항공편이 60% 이상 결항되면서 사상 최악의 항공대란을 겪고 있다. 또 한국에서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도 대부분 결항돼 유럽 여행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16일 유럽연합(EU) 항공안전을 담당하는 기구인 유로컨트롤에 따르면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등 최소 11개 국가가 이날 현재 영공을 전면 폐쇄했고 독일 프랑스 폴란드 등 다른 국가도 대다수 공항의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2만8000회의 항공편이 운항되는 유럽에서 16일 정상 운항된 항공편은 평소의 40%에도 못 미치는 1만1000편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항공편의 72%(2만234편)가 정상 운행된 15일보다 1만 편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유로컨트롤은 “유럽 항공편의 이 같은 운항중단 사태는 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항공편이 절반 이상 끊기면서 이날 낮 12시까지 약 60만 명의 승객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항공컨설팅회사인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는 “이번 항공대란이 3일간 지속되면 약 600만 명의 승객이 영향을 받게 되며 항공 산업의 피해액도 최대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각 항공사엔 이날 여행 일정을 취소 또는 변경하려는 전화가 폭주했다. 여행사들도 발이 묶인 관광객에게 호텔을 예약해주느라 분주했다.

폴란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세계 70여 개국의 정상급 조문단이 화산재 때문에 오지 못하면 18일로 예정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의 장례식을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화산재는 이날 현재 유럽 동부 및 동남부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 이번 항공대란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앞으로 비와 바람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화산재의 영향이 6개월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화산재는 특히 비행기에 매우 치명적이다. 미세한 입자가 녹아 굳어지면서 비행기 엔진의 모든 구멍을 막아버려 연료 및 냉각 시스템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화산재 구름을 만났던 여객기들의 엔진 4개가 갑자기 모두 멈춰서는 사고가 여러 번 있었다. 화산재가 비와 함께 내리면 호흡을 통해 폐에 들어가 천식과 같은 호흡기성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16일 화산재가 퍼진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면 밖에 나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번 화산이 지구의 날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실례로 20세기 최대 규모로 기록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후 2년간 지구 북반구의 기온이 0.55도 이상 내려가기도 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러시아 모스크바, 핀란드 헬싱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허브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10편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을 기준으로 출발 8편, 도착 2편이 결항됐다.

공사 측은 당분간 유럽지역의 운항 차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터넷 홈페이지(www.airport.kr)에서 정상 운항 여부를 미리 확인해줄 것을 당부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韓∼유럽 항공편, 화산재에 잇단 결항… 공항 출발전 확인해 보세요


아이슬란드 에이야D랴외퀼 화산 폭발로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인천국제공항 항공기 2편, 인천국제공항∼유럽 8편 등 항공기 10편이 결항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당분간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운항 여부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문의 대한항공 1588-2001, 아시아나항공 1588-8000, 인천국제공항 안내센터 157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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