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월가 파생상품규제 전면전 돌입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드만삭스 피소 계기‘더 강력한 규제’ 본격화월가 로비력 총동원 맞불“추악한 장기 분쟁 가능성”

골드만삭스 피소를 계기로 파생상품시장 규제를 둘러싼 미국 정부와 월가의 정면 승부가 시작됐다. 미 정부가 “위험한 투자의 규제 필요성이 확인됐다”며 대대적인 금융개혁 공세를 예고한 데 맞서 금융회사들은 로비력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19일 성난 투자자들의 줄소송 사태에 직면한 골드만삭스도 “정부 제소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금융개혁의 중심에 선 파생상품


치열한 전면전이 예상되는 미 금융개혁 논란의 중심에는 파생상품이 있다. 이번에 소송의 대상이 된 골드만삭스의 ‘아바쿠스(Abacus) 2007-AC1’도 주택모기지 대출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설계된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6일 “파생상품 규제가 포함되지 않은 금융개혁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온 것은 규제의 칼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고위험 고수익’인 파생상품의 시장규모는 한 해 450조 달러. 골드만삭스의 경우 지난해 파생상품 수수료로만 28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2000년 ‘상품선물 현대화법’은 이 시장의 빗장을 풀어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규제 완화로 파생상품 거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운용의 불투명성과 투기자본 개입 등 폐해가 심각해진 것.

이번 골드만삭스 사태는 금융개혁을 통해 이를 되돌리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시도에 힘을 실어줄 호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양파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며 금융당국의 추가 고소가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다른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계속하는 중”이라며 이를 확인했다.

최근 블랜치 링컨 상원 농업위원장이 정부 안보다 더 강력한 파생상품 규제법안을 내는 등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링컨 위원장은 “파생상품 투자의 허점을 모두 메워 100% 투명성을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볼커 룰’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개혁법안은 이번 주 상원 심사를 거쳐 5월 말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 “장기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금융개혁을 약화시키려는 금융업계의 로비는 마이클 바 재무부 차관이 “더 추악하고 더 맹렬해지고 있다”고 할 만큼 강도가 높다. 공화당 의원 41명도 지난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 내용을 수정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골드만삭스는 정부 고소에 대해 “법적으로 근거 없고 사실과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월가의 회사들이 분쟁 시 조정이나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온 과거와 달리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는 향후 예상되는 집단소송과 신뢰 하락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날 더 타임스는 “변호사들이 지난 주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동참할 피해자들을 끌어 모으느라 분주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아주 길고 지저분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골드만삭스 파문 英·獨 확산
‘파생상품 손해’ 소송준비 등 법적조치 잇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된 골드만삭스에 대해 영국과 독일 금융감독당국도 골드만삭스 조사를 검토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는 18일 골드만삭스의 비정상적 행태에 충격을 받았다며 영국 금융감독청(FSA)에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브라운 총리는 또 “골드만삭스로부터 부채담보부증권(CDO)를 매입해 손해를 본 유럽의 은행들이 골드만삭스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미 SEC와 협력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는 골드만삭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독일 금융감독위원회가 SEC에 골드만삭스 고소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구제금융을 받았던 독일 IKB은행 역시 골드만삭스 사태에서 문제가 된 CDO를 투자한 곳 중 하나였다. IKB는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CDO에 투자했던 1억5000만 달러를 모두 날렸다.

미국에서도 골드만삭스에 대한 비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골드만삭스 사태는 금융개혁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