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전쟁, ‘관광 태국’ 뿌리째 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親탁신 ‘레드셔츠’ 장기시위에 反탁신 ‘옐로셔츠’ 맞불시위 선언

피치, 신용등급 ‘부정적’으로 낮춰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태국 ‘레드셔츠’ 시위대가 19일 수도 방콕의 쇼핑 중심가인 랏차프라송 거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20일 금융 중심가인 실롬 거리에서 벌이기로 했던 대규모 시위는 취소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태국 ‘레드셔츠’ 시위대가 19일 수도 방콕의 쇼핑 중심가인 랏차프라송 거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20일 금융 중심가인 실롬 거리에서 벌이기로 했던 대규모 시위는 취소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태국 수도 방콕에서 친(親)탁신파 ‘레드셔츠’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반(反)탁신파 ‘옐로셔츠’ 시위대도 대규모 맞불 시위에 나설 뜻을 밝혀 태국이 또다시 계층 갈등의 ‘색깔 전쟁’으로 빠져들고 있다.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옐로셔츠파인 태국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측은 18일 “일주일 내로 태국 정부가 레드셔츠로 불리는 탁신 친나왓의 테러리스트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국가와 왕가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PAD 지도자인 참롱 스리무앙 전 방콕시장(75)은 “만약 집회를 시작하면 국가와 왕실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친탁신파 시위대는 도시 빈민층과 농촌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반면 반탁신파 시위대는 왕실, 관료, 경제인, 군부 등 지배 엘리트 계층을 옹호하는 세력으로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고 활동한다.

탁신 전 총리를 반대해 온 옐로셔츠 시위대는 2008년 8월 정부청사 난입 농성에 이어 11월 수완나품 국제공항과 돈므앙 국내공항을 폐쇄하고 농성을 벌여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이끄는 현 정권을 출범시켰다.

레드셔츠 시위대도 작년 4월 파타야에서 개최됐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장에 난입해 회의를 무산시켰으며, 올해 3월부터 한 달여 동안 반정부 시위를 벌여 군경과의 충돌로 25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를 빚어 왔다. AFP통신은 “양측이 거리에서 충돌할 경우 태국 내 계층 간 갈등이 폭발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잇따른 시위로 친절과 미소로 50년간 쌓아온 태국의 관광대국 이미지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색깔 전쟁’ 때문에 태국의 미소는 찌푸린 얼굴이 됐고, 환영의 매트는 피로 얼룩졌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전 세계 40여 개국이 방콕을 여행자제 지역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시내 호텔 예약률도 30%나 줄어들었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도 19일 최근 태국의 정정 불안 등을 이유로 태국의 자국통화 표시 발행자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성명을 통해 “하향 조정은 정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피치는 또 계속되는 사회 불안정이 태국의 경제회복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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