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死기로의 순간서 날 지킨건 오직 나 자신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中 ‘원촨-위수’ 두차례 大지진서 살아난 ‘억세게 운좋은 여성’ 리융쥐안 씨
“위기때 살고싶은 욕망은 똑같아
누구하나 도움 안줘도 원망안해”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과 이달 칭하이 성 위수 대지진 현장에서 무사히 탈출한 리융쥐안 씨. 14일 입원하고 있는 시닝의 한 병원에서 체험담을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과 이달 칭하이 성 위수 대지진 현장에서 무사히 탈출한 리융쥐안 씨. 14일 입원하고 있는 시닝의 한 병원에서 체험담을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나에게 주어진 행운 쿼터는 다 쓴 것 같아요.”

14일 중국 칭하이(靑海) 성 위수(玉樹) 짱(藏·티베트)족자치주 위수 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다쳐 시닝(西寧)의 한 병원에 입원한 리융쥐안(李永娟·24)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지진 당시의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듯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리 씨는 앞서 2008년 5월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대지진도 경험했던 사람. 모두 무사히 탈출해 ‘억세게 운 좋은 여성’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소개했다.

2008년 5월 12일 당시 후베이(湖北) 직업기술학교의 4학년 생으로 몐양의 한 6층 사무실에서 실습하던 리 씨는 지진으로 책상 위 컴퓨터가 흔들리자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복도로 나가 계단을 따라 3층쯤 내려갔을 때 갑자기 뒤에서 한 남자가 뛰어 내려가면서 리 씨를 쳐서 쓰러뜨렸다. 계단 난간을 잡으려고 했으나 난간도 흔들려 잡기가 힘들었다. 도움을 요청하며 소리를 질러도 누구하나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러나 리 씨는 오른발에 가벼운 상처만 입은 채 무사히 건물을 벗어났다.

그 뒤 2년이 채 안된 14일 이번에는 직장 동료 3명과 함께 위수 현 제구(結古) 진의 산장위안 호텔에 머물다 다시 지진을 만났다. 건물이 흔들리자 신발 신을 틈도 없이 뛰쳐나왔다. 이번에도 호텔 복도에서 여러 남자들에 치여 쓰러졌다. 곧바로 몸을 추슬러 일어나 밖으로 뛰었다. 하지만 원촨 대지진 때와는 달리 소리치거나 울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지 않았다. 생과 사의 극적인 순간에는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원촨 대지진 때 알았기 때문이다. 발의 상처는 탈출하다 다쳤지만 왼팔은 뛰어 나오며 남자들과 부딪쳐 다친 것이라고 했다.

리 씨는 “이번 위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것은 원촨 대지진을 겪으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숨어있는 생존 본능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위기 시 살고 싶은 욕망은 다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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