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면서도 번쩍이는 유니폼을 입고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어주는 도어맨(doorman)들. 미국 뉴욕의 부유층 아파트나 고급 부티크 건물에서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는 뉴욕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런 도어맨들이 19년 만에 총파업을 선언했다. 뉴욕의 도어맨 3만여 명이 소속돼 있는 도어맨노조가 최근 건물주 대표단과의 임금 협상에 실패한 것. 도어맨노조는 20일 밤 12시(현지 시간)까지 임금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바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서비스근로자협회(SEIU)에 따르면 도어맨들의 연봉은 평균 4만 달러. 각종 수당을 합칠 경우 7만 달러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도저히 도어맨 연봉을 올려줄 수 없다는 태도다.
설마 하던 도어맨들의 파업 사태가 코앞에 닥치자 뉴욕 부촌(富村)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일을 안 하면 일상이 마비될 정도로 불편하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는 것. 도어맨들은 입주민들의 우편물을 전달해 주고, 쓰레기 처리를 도와주거나 짐을 옮겨주는 등 각종 서비스를 도맡아 해왔다. 로비 화분을 가꾸고 택시를 잡아주는 일도 이들의 몫이었다.
일부 뉴요커는 “내 손으로 직접 문을 열고 쓰레기를 치우는 건 끔찍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맨해튼 부촌인 어퍼웨스트사이드와 명품 상점이 몰려 있는 5번가 주민들은 도어맨이 없으면 승무원이 하나도 타지 않는 비행기를 탄 것 같은 불안함을 느낀다고 할 정도. 출입구를 단속할 사람이 사라지면 수상한 외부인이 침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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