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빛바랜 어닝 서프라이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1분기 순익 34억 달러 발표에 주가 되레 하락
英 부사장 업무정지 등 ‘사기 피소’ 파문 확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된 골드만삭스가 20일(현지 시간) 순이익이 급증한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도 골드만삭스 스캔들 파문을 식히지는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1분기 순이익이 34억6000만 달러(주당 5.59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1%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주당 4.14달러를 크게 웃돈 것이다. 매출도 전년 110억7000만 달러에서 127억8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데이비드 비니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그레고리 팜 총괄고문 등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실적개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려 했지만 외부의 관심은 SEC의 제소 내용에 집중됐다.

실적발표 회견에서 언론은 골드만삭스가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하면서 부당한 내부 거래가 이뤄졌는지, 중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준 것이 사실인지, CDO의 설계 및 마케팅 과정에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컴퍼니가 참여했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비니어 CFO는 혐의내용을 부인했고, 팜 총괄고문은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가 고객들을 위해 헌신해 왔고 투자자들을 속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들을 믿지 않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0.43% 하락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은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어려움은 주가하락으로 끝나지 않았다. SEC가 기소한 골드만삭스의 파브리스 투르 부사장(31)이 영국 당국으로부터 업무활동 정지처분을 받았다고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프랑스 출신의 투르 부사장은 골드만삭스의 요청에 따라 2008년 11월 영국 금융감독청(FSA)에 등록된 업무면허가 박탈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FSA는 이날 고든 브라운 총리의 지시에 따라 골드만삭스 영국법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골드만삭스 측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투르 부사장을 현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보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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