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당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사진)은 1988년 제24회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펼치던 나고야를 제치고 확정됐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의 목소리는 요즘도 국내에는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 스포츠와 각별한 인연 속에 오랜 세월 올림픽 무대의 거인으로 군림하던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이 2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사마란치 전 위원장은 급성 관상동맥기능부전으로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키론병원에 입원한 뒤 쇼크 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왔다.
IOC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마란치 전 위원장의 사망을 알렸다. 자크 로게 현 IOC 위원장은 “비통한 마음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위대한 멘터이자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1920년 7월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다 외교관과 스포츠 행정가로 활동했다. 1967년 스페인 체육장관에 임명된 뒤 같은 해 IOC 위원으로 선임됐다. 1974년부터 1978년까지 IOC 부위원장을 지낸 그는 1980년 제7대 IOC 위원장에 올라 피에르 쿠베르탱(1896∼1925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최장 기간인 21년 동안 IOC를 이끌었다.
2001년 로게 위원장에게 대권을 넘길 때까지 사마란치 전 위원장은 한국 스포츠 외교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주요 국제대회 유치 등에 힘을 실었다. 그는 IOC 종신 명예위원장으로 올림픽이나 IOC 총회에 참석해 식을 줄 모르는 열정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지난해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IOC 총회 당시 모국 스페인 마드리드의 2016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참석하기도 했으나 유치에는 실패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장례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조문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대한체육회장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도 사마란치 전 위원장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