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식품의 메카 日 니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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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장비없이 10분만에 데워먹는 밥…
밀가루만큼 차져 더 맛있는 쌀…

일본 서부지역 곡창지대 니가타(新潟) 시. 고급 쌀 품종인 고시히카리와 이 쌀로 빚은 일본주로 유명한 전통 농업도시인 이곳이 최근 산업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농산물을 특수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농업의 식품산업화’다. 니가타 시의 농산물 식품산업화를 주도하고 있는 ‘니가타대 푸드사이언스센터’(니가타센터)를 방문했다.

○ 농산물 고부가가치화의 산실 ‘니가타센터’

“드셔보세요. 금방 한 밥 같지요?”

21일 니가타센터 ‘재해식(災害食) 연구팀’의 벳푸 시게오(別府茂) 객원교수는 따끈한 카레라이스를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니가타센터가 연구 업적 1호로 자랑하는 ‘재해식’(사진)은 재해를 당했을 때 먹는 일종의 비상식량. 지금까지 비상식량은 수분을 줄여 보존기간을 늘리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평소 음식과 같은 비상식량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날 맛본 카레라이스는 비닐봉지에 별도 포장된 카레수프와 쌀밥을 넣고 발열제와 발열 용액을 반응시켜 10분 만에 만든 것. 일회용 냉동식품은 전자레인지나 뜨거운 물이 필수지만 재해식은 특수 멸균처리를 해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자체 발열제가 있어 언제 어디서든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덕분에 2007년 상품화 이후 해마다 판매량이 40%씩 늘어 지난해에는 평상시에도 40만 개(3억 엔)가 팔렸다.

니가타센터 초고압프로젝트팀은 식품에 평상 기압의 7000배에 이르는 고압을 가해 멸균 및 분자구조를 변화시키는 연구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고압 처리 계란은 겉은 삶은 계란과 다를 바 없지만 먹어보면 훨씬 쫄깃하다. 이 팀은 최근 달걀이나 우유에 있는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을 초고압으로 처리해 알레르기 증상을 90%까지 줄이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한국인 연구원 김연정 박사는 “식품에 초고압을 가하면 겉은 그대로이면서도 균이 죽고 분자구조가 변하는 성질이 있다”며 “이미 쌀과 햄 분야에서는 상용 제품이 개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니가타센터는 밥맛을 좋게 하기 위해 밀가루 못지않게 찰기 있는 쌀 신품종 개발도 진행 중이다. 후지무라 시노부(藤村忍) 사무국장은 “니가타대 농학 치의학 의학 공학 교육학 등의 박사급 연구진 60명이 40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명실상부한 식품가공 전문 연구소”라고 강조했다.

○ 산관학(産官學) 연계의 모범 사례

니가타센터는 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조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학의 전문 연구와 기업의 상품화, 지자체의 각종 지원이 어우러져 농업의 잠재력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1차 산업인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는 젊은 세대의 탈농업화로 활력을 잃고 있는 니가타 시에도 든든한 미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니가타=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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