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시드 대통령 방한 인터뷰“기후변화 위기 알리려 한것예상보다 큰 반향에 놀라화석연료 대체 원전에 주목한국은 변화 이끌 리더국가”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4차 환경을 위한 글로벌 기업정상회의(B4E)’에 참석한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왼쪽). 지난해 10월 나시드 대통령과 장관들은 바다 밑 6m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세계 각국에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들은 손으로 ‘OK’ 표시를 해 동의를 모은 뒤 화이트보드에 방수펜으로 서명했다. 사진 제공 UNEP·동아일보 자료 사진
“물 속에서 각료회의를 연 것이 매스컴의 관심을 끌려는 ‘스턴트’였다고요? 예, 맞습니다.”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43)은 지난해 10월 바닷속 각료회의를 연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회의는 지난해 12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지구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벤트였다. 그는 기후변화 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22,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4차 환경을 위한 글로벌 기업정상회의(B4E)’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이 수여하는 지구환경대상을 받았다.
그는 “기후변화 총회를 앞두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수중 회의를 결심했다”며 “반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 놀랐다”고 말했다. “로비력이 막강한 정유회사나 기후변화 회의론자가 부정적 여론을 펼까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럴수록 과감한 행동이 필요했죠. 다행히 사람들이 우리 행동을 즐겁게 받아들였습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론화하는 데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수중 각료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나시드 대통령이 이 방안을 제안한 뒤 몇몇 장관은 의사를 찾아가 상담도 받았다. 옷차림에 보수적인 이슬람부 장관은 잠수복 착용을 받아들일지를 놓고 한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나시드 대통령은 “여러 차례 연습 후 물에 들어갔지만 회의 중 힘겨워하는 몇몇 장관을 (물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붙잡고 있어야 했다”며 웃었다.
향후 계획을 묻자 “네팔은 히말라야산맥 빙하에서 각료회의를 열었다”며 “기후변화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나시드 대통령은 일반적인 환경론자들과는 다른 기후변화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인권, 안보, 경제의 문제”라며 “재생에너지는 물론이고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 발전 등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기후변화시대를 주도할 국가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화석연료가 여전히 유용하지만 이에 의존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이뤄질 것입니다. 산업혁명보다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한국은 이런 변화를 이끌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기자 출신인 나시드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여러 차례 투옥된 끝에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몰디브 역사상 첫 민주 선거였다. 그는 “선거 2, 3년 전만 해도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몰디브의 민주화로 당선됐다”며 “기후변화 문제도 해법이 없어 보이지만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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