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종군취재] <5신>테러리스트 검거작전에 참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숨죽인 12시간… “용의자 체포, 작전 성공”

테러리스트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종군기자 프로그램(Embed·임베드) 참여 6일째를 맞는 22일(현지 시간) 기자는 아프간 바그람 미국 공군기지 외곽에서 미군과 아프간군, 그리고 아프간 경찰이 합동으로 수행한 테러리스트 합동검거 작전에 참가했다.

이날 작전에는 지뢰 및 매복방호용 장갑차인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전천후 MRAP인 M-ATV가 이용됐다. M-ATV는 MRAP의 일종으로 안전성은 같지만 기동성이 훨씬 뛰어난 신속 군사작전 전용 차량이다.

이날 미군 등은 12시간 작전 끝에 테러용의자를 체포했다. 용의자가 체포된 곳은 바그람 기지에서 불과 12km 떨어진 마히그 마을이었다.

172기갑부대 1대대 찰리 중대가 작전에 나선 것은 오후 2시. 파르완 주와 카피사 주 경계에 아프간 현지 경찰, 군과 함께 임시 합동검문소를 설치해 일대를 오가는 차량을 샅샅이 수색했다. 아프간 경찰 소속 비밀요원 압둘 무함마드(보안상 가명 사용을 요청) 씨는 “자살폭탄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테러 첩보는 아프간 경찰의 몫이고 장비지원과 무력동원은 바그람 기지 내 미군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고 말했다.

22일 아프가니스탄 파르완 주와 카피사 주 경계에서 미군과 아프간 군경합동팀이 일대를 오가는 차량에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바그람 기지 주변에는 자살폭탄테러 시도와 로켓포 공격이 끊이지 않았다. 하태원 기자
22일 아프가니스탄 파르완 주와 카피사 주 경계에서 미군과 아프간 군경합동팀이 일대를 오가는 차량에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바그람 기지 주변에는 자살폭탄테러 시도와 로켓포 공격이 끊이지 않았다. 하태원 기자
먼발치서 차량 검문검색을 지휘하던 무함마드 씨는 흰색 도요타 코롤라 차량이 다가서자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달려 나가 차 안의 사내를 거칠게 끌어내렸다.

무함마드 씨는 “이 동네를 드나드는 사람은 내가 거의 다 알고 있는데 저 사람은 외지인”이라며 “게다가 탈레반 세력의 주축을 이루는 파슈툰족이기 때문에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르완 주 등의 방어를 담당하는 태스크포스 울버린 소속 코사코스키 하사는 첨단 조사장비를 동원해 불심검문에 걸린 한 파슈툰족 사내를 샅샅이 조사했다. 양쪽 눈 홍채 촬영을 비롯해 10개 손가락 지문을 모두 채취했다. 주민등록증에 적힌 이름과 주소, 키, 몸무게 등도 하나하나 입력했다. 코사코스키 하사는 “무선으로 국방부 전산망 신원조회가 가능하다”며 “다행히 이 사내는 과거 범죄 경력자나 테러 용의자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긴급상황”… 본부 향하던 차 다시 어둠속으로

3시간 정도 차량 검문검색이 이뤄진 뒤 미군은 장비를 거둬들이고 차량에 탑승했다. 애초에 바그람 기지를 출발할 때 2∼3시간이면 작전이 끝난다고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M-ATV는 부대가 아닌 외곽 지역으로 향했다.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미군은 “아직은 말해줄 수 없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했으니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대답했다. 미군은 “중요한 정보가 오가고 있으니 잠시 헤드폰을 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군 작전차량은 탑승자 전원이 의견을 공유하는 한편 본부에서 전해지는 작전 명령을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이 있다. 기자가 탑승한 자리에 놓여 있는 10인치가량의 대형 위성항법장치(GPS)를 보니 남쪽을 향하던 차량이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오후 8시를 넘고 있었고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에 싸였다.

고주르켈이라는 마을에 다다르자 소대원들이 차량에서 내렸다. 따라갈 수 있느냐고 묻자 테렌스 중사는 “너무 위험하니 후방에 남아 있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뒤 어둠을 뚫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작전이 끝난 뒤 “(적으로부터) 총격전 위협이 있어 무기를 소지하지 않는 기자를 작전 현장 깊숙이 배치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다시 3시간이 흘렀다. GPS 스크린을 통해 MRAP가 추가로 배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10대 이상 돼 보였다. 창밖으로는 아프간 경찰차로 보이는 차량이 분주히 오갔다. 부근에 집결한 차량이 전조등은 물론이고 실내등까지 끄고 숨죽이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미군이 하나둘 M-ATV로 돌아왔다.

총격전은 없었지만 작전은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미군은 이날 작전 중 체포한 사람의 신원과 테러 용의자 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프간 군경과 합동신문을 한 뒤 테러 시도의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바그람 기지로 돌아오니 시계는 23일 오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그람 미 공군기지 (아프가니스탄)=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동영상=대테러요원들의 사격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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