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엔론’에서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 역을 맡은 배우가 부채를 먹어 치우는 ‘분식회계’를 은유한 공룡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사진 제공 브로드웨이베스트쇼닷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월가의 개혁에 고삐를 당기고 있는 가운데 월가의 탐욕과 속임수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뮤지컬 ‘엔론’이 27일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봉될 예정이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엔론은 2001년 미 역사상 최대의 기업 회계부정 사건이었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 스캔들을 다룬 작품. 9년 전 일이지만 2008년 파산한 리먼브러더스, 최근 사기 혐의로 제소당한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추문이 계속되어서인지 뮤지컬은 현재진행형으로 읽힌다.
주인공들은 엔론 창업주 케네스 레이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 최고재무책임자(CFO) 앤드루 패스토, 신용평가회사, 애널리스트, 변호사, 회계사 등의 역할을 맡은 20여 명의 배우가 등장해 노래와 춤으로 월가의 음탕한 밀실 뒷거래를 고발한다.
첫 장면은 1992년 실제로 있었던 파티 장면. 스킬링 CEO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가스와 전력 판매를 장기 계약할 경우 판매시점 수익을 미리 회계상 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후 엔론은 상습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꾸몄다. 극 중 CFO인 패스토를 쫓아다니는 공룡 마스크를 쓴 배우들은 분식회계 장부를 상징한다.
한편 엔론 스캔들의 수사 총책임자였던 앤드루 와이즈먼 검사(52)는 23일 뉴욕 브로드허스트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뒤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며 “미국 버블시대의 삶의 진실을 보여준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개봉된 엔론은 2010년 올리비에 연출상 등을 수상하며 각광을 받았다. 이번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제작에는 400만 달러가 들었다. 로이터통신은 “월가의 리스크를 다룬 이 뮤지컬도 흥행을 노리고 막대한 투자를 하는 ‘고수익 고위험’ 상품인 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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