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지난달 29일 열린 마지막 TV 토론에서 보수야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가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60대 여성 유권자를 ‘고집불통’이라고 부른 집권 노동당 고든 브라운 총리의 지지도는 확연한 3위로 뒤처졌다. 특히 마지막 TV 토론의 주제는 브라운 총리가 늘 자신감을 보인 경제 문제였지만 그는 이 토론에서도 승기를 잡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첫 TV 토론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으며 돌풍을 일으킨 자유민주당 닉 클레그 당수는 2차 토론에서 캐머런 당수, 브라운 총리와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에 처음으로 캐머런 당수에게 밀렸다.
영국 일간지 더선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캐머런 당수가 41%를 얻어 클레그 당수(32%)와 브라운 총리(25%)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여론조사기관 콤레스의 조사에서도 캐머런 당수는 35%로 1위를 차지했으며 클레그 당수 33%, 브라운 총리 26%였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포풀러스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캐머런 당수와 클레그 당수가 각각 38%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브라운 총리는 25%로 크게 뒤처졌다.
BBC 주관으로 버밍엄대에서 열린 이날 마지막 토론에서 세 후보는 재정적자 타개책, 증세(增稅) 문제, 이민자 대처, 금융규제 방안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3당 당수들은 연간 1630억 파운드(약 277조6400억 원)에 이르는 재정적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으나 공공부문 지출 삭감 시기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재무장관 10년 경력의 브라운 총리는 “공공부문 지출을 조기에 삭감하면 이제 막 성장세로 돌아선 경기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며 “내년도 이후에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당수는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당장 공공부문 지출을 60억 파운드 삭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클레그 당수는 공공지출 삭감 시기에 대해 브라운 총리와 의견을 같이했다.
막판에 캐머런 당수에게 밀리긴 했지만 영국 총선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3차례의 TV 토론으로 가장 큰 득을 본 사람은 클레그 당수다. 그의 부상은 노동당-보수당 양강 체제로 유지돼온 선거판을 팽팽한 3강 체제로 바꿔놓았고 영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연정구성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수당이 1위 정당이 되더라도 과반인 326석을 얻지 못할 경우 보수당은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 막판으로 올수록 연정에 대한 유권자의 불안감이 1위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보수당 지지도를 상승시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끈 노동당을 지지했던 영국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29일 보수당 지지를 선언해 캐머런 당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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