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허리띠 졸라매는 고통 겪게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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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EU-IMF서 1100억 유로 지원받기로


그리스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이 벌여온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됐다고 그리스 정부가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초부터 불거진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약 5개월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긴축 재정 속에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겪게 됐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일 오전(현지 시간) TV로 생중계된 각료회의에서 “EU 및 IMF와 (구제금융 지원에 관해) 합의한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도, 시간도 없다”며 “국민은 큰 희생을 치러야 하겠지만 국가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한계선(red line)은 국가부도를 막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원 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규모”라고만 언급했다.

한편 이날 오후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그리스 자금 지원 방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AFP통신은 합의문 초안을 근거로 “EU와 IMF는 2012년까지 총 1100억 유로(약 162조 원) 규모의 자금을 그리스에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방안은 7일 또는 8일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약 3000억 유로에 이르고, 당장 이달 19일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85억 유로의 외채를 갚을 자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부가가치세율을 21%에서 23%로 인상, 공무원의 특별 보너스 폐지 및 연금 삭감 등을 통해 2012년까지 300억 유로의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재정긴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그리스는 올해 4%, 내년 2.6%의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한 뒤 2012년 1.1%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할 것이라고 그리스 정부는 내다봤다.

EU와 IMF는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실시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6%였던 재정적자 규모를 2014년까지 3% 이하로 줄이라고 그리스 정부에 요구해 왔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의 재정긴축 방안은 견고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EU 회원국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일 그리스의 사례가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 재정위기 우려가 제기된 유로존 국가들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을 중심으로 그리스 국민은 재정긴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 최대 공공부문 노조단체인 공공노조연맹(ADEDY)은 이날 “재정긴축으로 노동자, 연금 수령자, 실업자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ADEDY는 5일 대표적 민간 노조단체인 노동자총연맹(GSEE)과 함께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앞서 1일 아테네 도심에서는 수만 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모여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게 화염병과 돌을 던지기도 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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