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 만 원유시추시설 폭발로 유출된 기름이 빠른 속도로 남부지역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는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등 4개 주로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강풍까지 몰아쳐 어민들은 ‘검은 공포’ 속에 긴장의 주말을 보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일 오전 사고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정부의 대책을 점검했다.
하지만 사고를 낸 영국 석유회사 BP 측이 벌이고 있는 원유 유출지점 봉쇄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대체 유정(油井)을 만드는 작업 착수에는 몇주일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 확산 일로의 기름띠
미국 해안경비대는 지난달 20일 유출되기 시작한 기름이 하루에 약 21만 갤런(79만5000L)씩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인 1989년 엑손발데스호 사고 당시의 1100만 갤런에 도달하려면 현재 추세대로 갈 경우 54일이 걸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유출 속도가 당시보다 5배 정도 빠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고 발생 해역은 새우와 게 등 어족 자원의 산란 및 양식 장소이며 미국 최대 굴 양식 어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홍해오라기, 제비갈매기, 물떼새 등 희귀종 철새의 이동 경로이기도 해 심각한 환경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미시시피 주 해안인 패스 크리스천 시 주민들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기름을 뒤집어쓴 새우나 야생 조류를 발견하거나 역한 기름 냄새를 맡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닥칠 공포가 두렵다”고 말했다. 비상체제에 돌입한 미국 정부는 사고 해역에 1900명의 연방정부 인력과 방제선 및 항공기 300여 대를 투입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도 루이지애나 주 정부가 방제작업에 6000명에 이르는 주 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켄 살라사르 내무장관에게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한 뒤 30일 내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또 새로운 연안 원유시추 작업도 불허키로 했다.
○ BP, 경쟁사에 긴급지원 요청까지 했지만…
사고를 낸 영국 석유회사 BP는 루이지애나 해안을 향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원유 흐름을 막기 위해 비슷한 사고를 겪은 엑손 등 경쟁업체들의 도움까지 받고 있지만 확산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전했다.
BP는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쟁업체인 엑손모빌의 조언에 따라 화학약품을 뿌려 원유를 분해하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로열더치셸도 심해사고 전문 엔지니어와 원유 유출 전문가를 지원해 위기 상황 타개를 돕고 있다. 그러나 재닛 나폴리타노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원유 유출지점을 안전하게 봉쇄하기 위한 몇 차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BP는 이제 해안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원유 흐름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BP의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며 “BP가 연방정부 등 가능한 모든 곳으로부터 도움을 요청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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