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금융개혁법 불공정하지만 따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자본주의 축제’ 버크셔해서웨이 주총 개막
“골드만삭스 잘못없어” 옹호


“나는 골드만삭스와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를 신뢰한다.”

“유로화를 쓰는 그리스 부채 위기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극적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미국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1일(현지 시간)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서 열렸다.

매년 수많은 사람이 운집해 경제를 이야기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총은 ‘자본주의의 축제’로 불린다. 올해 주총에도 4만여 명의 주주가 몰려들어 버핏 회장의 ‘혜안’에 귀를 기울였다.

버핏 회장은 이날 5시간 동안 진행된 주주들과의 ‘마라톤’ 질의응답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는 골드만삭스 사기혐의 제소사건부터 월가를 겨냥한 금융개혁, 그리스의 부채 위기, 미국 경제 현황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우선 버핏 회장은 이날 주주들의 이어지는 골드만삭스 스캔들 질문에 대해 시종일관 골드만삭스를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버핏 회장은 “골드만삭스와 부채담보부증권(CDO) 계약을 맺어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스스로 조사를 제대로 했어야 하며 전혀 동정심이 가지 않는다”며 “골드만삭스는 거래 고객들에게 자신의 ‘포지션’을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영진 교체 문제에 대해서도 “블랭크페인 CEO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블랭크페인의 쌍둥이 동생이 있다면 바꾸는 데 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연 10%의 배당을 받고 있다.

버핏 회장은 그리스의 부채 위기에 대해 “자국 통화를 맘대로 평가 절하할 수 없어 위기 극복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리스는 ‘극적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며 “어떤 결말이 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찰스 멍거 부회장은 “그리스는 국가채무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가 추진하는 금융개혁법안에 포함된 파생상품 규제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의회에서 기존 파생상품 계약에 대해 담보를 더 쌓도록 하는 금융개혁안을 통과시키면 따르겠다”면서도 “이는 공정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버핏 회장과 함께 질의응답에 나선 멍거 부회장은 “월가의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졌고 비생산적이다. 1933년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과 같은 월가를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다”며 상반된 견해를 밝혀 주주들에게서 박수를 받았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3, 4월부터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또 1분기(1∼3월)에 36억33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며 인수합병(M&A)을 위해 100억 달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구체적인 투자처를 밝히진 않았지만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기회를 물색하기 위해 가끔 해외를 여행할 것이라고 말해 해외 투자 가능성을 높였다.

오마하=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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