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후텐마 縣外 이전 어렵다” 사실상 공약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취임후 첫 오키나와현 방문 사과
수정안도 반발 거세 실현 불투명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 일본 총리가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오키나와(沖繩) 현을 방문해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의 현 외 이전 공약을 사실상 철회하고 사과했다.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한 후텐마 이전 문제가 난관에 봉착하자 총리가 직접 나서 주민 설득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날 오키나와 현청에 들어서는 하토야마 총리를 향해 ‘미군기지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야유를 퍼붓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 현지사와 다카미네 젠신(高嶺善伸) 현의회 의장 등을 잇달아 만나 “미일동맹의 틀 속에서 전쟁 억지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후텐마 기지를 모두 현 밖으로 이전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키나와에 다시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게 됐다”며 “(후텐마 기지의 현 외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주민들에게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하토야마 정부는 후텐마 기지를 기존 후보지인 나고(名護) 시 헤노코(邊野古)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슈워브로 옮기되 헬기부대 일부를 가고시마(鹿兒島) 현 도쿠노시마(德之島)로 이전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당초 미일 양국 정부가 2006년에 합의한 이전안은 캠프슈워브 앞바다를 메워 후텐마 기지를 전부 옮기는 것이었지만 바다를 매립하는 대신 해상에 말뚝을 박는 방식으로 다리 모양의 잔교(棧橋) 활주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 수정안은 기존 미일 합의안을 존중하면서도 바다 매립에 따른 환경 파괴를 피하고 헬기 부대를 분산 이전시켜 오키나와 주민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수정안을 놓고 하토야마 정부는 미국 측과 협상에 들어가는 등 일부 진척을 이뤘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간단치 않은 데다 연립여당인 사민당도 반대하고 있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오키나와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주민들은 이날 하토야마 총리가 가는 곳마다 집회를 열어 “후텐마 기지를 현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지키라”며 정부의 수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나미네 스스무(稻嶺進) 나고 시장도 이날 하토야마 총리와 만나 “나고 시에는 이제 미군 기지가 들어설 곳이 없다”며 “정부의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하토야마 총리는 7일에는 도쿠노시마의 기초단체장 3명을 총리 관저로 초청해 정부의 이전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지만 이들 지자체장과 지역주민들이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싼 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